로봇, 면대면 서비스를 기피하는 고객의 요구를 반영하다
국내 기업도 뛰어든 호텔용 로봇 시장
- 2019.04.10
- 에디터 : 김영학
푸두 테크놀로지(Pudu Technology)의 1세대 로봇인 푸두봇 (자료: 푸두 테크놀로지)
작년 하반기부터 호텔에 로봇이 도입되고 있다는 소식이 지속해서 들려오고 있다. 그리고 국내에서도 로봇을 도입하는 호텔도 등장했다. 최근 등장한 로봇의 형태는 어떠할까? 그리고 어떤 서비스가 가능할까?
중국, 일본, 미국, 독일과 함께 로봇 시장을 이끄는 5대 국가로 꼽히고 있는 한국의 로봇 활용도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산업용 로봇은 물론이고 가정, 물류, 의료, 국방 등에서 서비스용 로봇 역시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 성장세에 있다. 국제로봇협회(IFR)에 따르면 전 세계 전문 서비스용 로봇은 2017년 총 66억 달러가 판매되면서 2016년 대비 39% 성장했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그래봤자, 청소기지!’라고 생각했던 로봇 청소기는 획기적인 기능 개선과 기술의 발전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일구고 있고, 인공지능이 탑재된 고객 응대용 서비스 로봇은 레스토랑, 공항, 행사장 등에서 폭넓게 활용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호텔에도 다양한 로봇이 적용되기 시작하고 있다.
본지에서는 2018년 9월호에서 인간 대신 프런트 업무와 객실 응대 업무를 수행하는 인공지능 로봇과 챗봇 등을 소개한 바 있다. 이번 호는 조금 다른 로봇을 소개하려고 한다. 자율주행이 가능한 배달용 로봇의 등장으로 업계에서는 고객 서비스와 호텔 솔루션에 새로운 기술이 접목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푸두 테크놀로지의 3세대 로봇인 ‘HOLABOT’은 인공지능(AI) 기반의 음성인식을 통한 상호작용과 안면인식 기능을 갖추고 있다. (자료: 푸두 테크놀로지)
첨단 기술의 집약체
로봇 시장에서 시장을 압도하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중국이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자율주행이 가능한 배달용 로봇에 대한 연구가 상당한 진척이 있었다. 그중 한 곳인 푸두 테크놀로지(Pudu Technology, 이하 푸두)는 푸두봇(PUDUBOT)을 출시한 데 이어 GAZEBOT, HOLABOT 등을 연달아 선보였다.
자율운행 기반의 푸두봇은 지능적 장애물 회피, 자동 경로탐색 등이 가능하다. 특히 SLAM(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 운행 기술을 차용한 자율운행 시스템과 고해상 지도 기술을 활용해 내부 위치를 파악하고 동선화할 수 있다.
2세대 로봇인 GAZEBOT은 새로운 SLAM 2.0 기술, 폐쇄형 구조 등으로 설계돼 실내 소형 물품 전달 로봇에서 실내 대형 물품 전달 로봇으로 변화를 꾀했다. 또한 기존의 맵핑 기술을 건축물 응용 기술로까지 확대했다.
푸두의 CEO인 장타오는 “개발한 로봇은 레스토랑의 음식을 나르는 업무뿐 아니라 호텔에서 고객에게 비품 등을 전달하는 역할을 할 수 있고 병원의 의약품 전달 업무도 가능해 실내 배송 업무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CES 2019에서 푸두는 3세대 로봇인 ‘HOLABOT’을 발표했는데, GAZEBOT에 비해 콤팩트한 형태로 설계됐다. 눈에 띄는 것은 인공지능(AI) 기반의 음성인식을 통한 상호작용과 안면인식 기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실내에서 탁월한 성능을 자랑하는 RGBD 카메라를 장착해 인간의 얼굴 방향을 확인하고 사용자가 편하게 사용가능한 높이까지 스크린을 이동할 수 있다. 특히 고객은 안면인식 기술로 로봇 내 캐빈을 잠금 해제할 수도 있다. 캐빈에는 사용자 높이까지 물건을 올릴 수 있는 자동 트레이가 장착되어 있다. 기존 1, 2세대에 비해 사용자 경험과 보안을 강화한 것이다.
푸두가 자체 개발한 엘리베이터 제어 모듈과 다중 층별 내비게이션 모듈을 기반으로 HOLABOT은 지정된 층과 객실로 이동할 수 있다. 장애물이 발생하면 로봇은 대체 경로를 찾아 최적의 경로를 선택해 안전하게 배달을 완료한다. 특히 푸두의 로봇은 알리바바의 미래 호텔인 플라이주(Flyzoo) 호텔에 서빙 로봇을 공급한 스타트업이기도 하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위치한 브다라 호텔 & 스파(Vdara Hotel & Spa)는 간식, 잡화류, 스파용품을 스위트룸까지 직접 제공하는 2대의 릴레이 로봇인 패치와 제트(Fetch and Jett)를 도입했다.
로봇 전문 개발사인 사비오케(Savioke)에서 개발한 이 로봇들은 실내 서비스용 로봇에 필요한 인간 및 물체 탐색 기술, 완전자율주행 기술 등을 구현했다. 패치와 제트는 다수의 요청에 우선 순위를 부여하고 호텔 시스템과 무선으로 통신하면서 엘리베이터를 자율적으로 작동시킬 수도 있다.
고객이 요청하면 호텔 직원은 손님의 객실 번호를 로봇에 입력하고 ‘Go’ 버튼을 누르면 된다. 물론 목적지에 도달할 때가지 물품이 분실되지 않도록 보안 및 안전 시스템도 구현해 놓았다.
브다라 호텔 & 스파(Vdara Hotel & Spa)가 운용하고 있는 서비스 로봇인 패치와 제트(Fetch and Jett)에는 물품 분실을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다. (자료: 브다라 호텔 & 스파)
로봇 간 실시간 데이터 공유
한편, 국내 숙박업계에서도 활용 가능한 인공지능 로봇이 등장하고 있다.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 파크는 3월 1일 업계 최초로 서비스 운반 로봇인 ‘코봇’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코봇은 작년 3월에 설립된 국내기업인 케이로보(K-ROBO)에서 개발한 것으로, 자율주행이 가능하도록 호텔 내 모든 공간을 맵핑했다. 코봇은 프런트 데스크 옆에 대기하다 직원이 물건을 담으면 해당 객실 앞까지 이동한 후 객실로 전화를 걸어 문 앞에 도착했음을 알리고, 고객이 직접 물건을 픽업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최근 호텔업계를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KT도 2월에 스페인에서 개최된 MWC 2019에서 5G ‘AI 호텔 로봇’을 공개했다. KT는 작년 7월에 선보인 국내 최초의 AI 호텔 솔루션을 한 단계 진화시켜 기가지니 호텔 단말에서 음성이나 터치로 주문하면 AI 호텔 로봇이 객실로 각종 물품을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구현했다.
AI 호텔 로봇에는 KT의 3D 공간맵핑 기술, 자율주행 기술, AI 카메라 등 최첨단 기술이 적용됐다. 또 신속한 정보 전송을 위해 5G도 적용될 예정인데, 이는 다수의 로봇을 호텔에서 사용할 때 로봇 간 실시간으로 기가바이트(GB) 단위의 지도 데이터 공유가 필요해서다.
KT는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 호텔 & 레지던스를 시작으로 5G AI 호텔 로봇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KT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9에서 5G ‘AI 호텔 로봇’을 공개했다. (자료: KT)
로봇은 업무 효율성 측면에서 검토해야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로봇 활용의 증가 추세는 직원과 마주치기를 꺼리는 등 면대면 서비스를 기피하는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고 직원이 다른 서비스에 매진할 수 있도록 업무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어서다.
레드랜드(Redlands) 대학의 공간경제분석연구소 소장인 요하네스 모에누스(Johannes Moenius)는 “자율로봇이 몇 년 안에 현재의 직업을 대체하리라 예측하는 몇 가지 이유 중 하나는 인공지능은 이미 15억 개의 휴대전화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그 기술은 로봇과 같은 다른 용도로 전환되기 매우 쉽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향후 호텔업 종사자에게 로봇은 요하네스 소장의 말처럼 위기일수도 있지만 새로운 기회일 수도 있다. 로봇은 다양한 분야에서 일자리를 위협할 것으로 많은 전문가가 예측하지만, 반대로 기존의 근로자가 로봇 관리 및 모니터링이라는 새로운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물론 먼 미래의 이야기이겠으나, 로봇을 활용하고 있는 호텔들의 한결같은 소감은 “인간과 로봇의 업무를 적절히 분담하니 효율성을 높일 수 있었다”라는 것이다. 즉 로봇의 도입은 고객에게 편리함과 새로운 경험을, 직원에게는 단순 업무에서 벗어나 중요한 업무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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