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인공지능과 숙박업 ②] 전통호텔부터 민박까지 인공지능의 침투

'고객님 지금 기념품 매장이 비어 있습니다'



‘설마 인공지능이 벌써 활성화 됐겠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조만간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을지도 모른다. 해외에서는 이미 호텔 등 전통적인 숙박시설뿐 아니라 민박업소에도 인공지능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에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생각보다 가까이 다가온 숙박업에서의 인공지능에 대해 살펴보자.


인공지능의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은 전통적인 호텔뿐 아니라 민박에까지 인공지능을 도입하는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는 인구 고령화에 의해 일손이 부족한 이유도 있으나 무엇보다 업무 효율성,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 인간보다 인공지능의 도입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분석에 의한 것이기도 하다. 


숙박시설은 해당 지역 내에서 숙소를 찾는 고객이 다른 호텔이 아닌 자신의 숙박업소를 어떻게 선택하도록 만드느냐에 존폐가 달렸다. 이를 위해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광고를 하고 고객과의 지속적인 소통도 진행한다. 여기에 더해 고정적으로 발생하는 프런트 업무, 문의 대응, 이메일 지원, 고객 지원 등의 다양한 업무와 마케팅도 숙박업이 항상 반복적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는 업무에 해당한다. 


보통 숙박업의 마케팅 업무는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이를 기획과 가격 설정 등에 반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주 기본적인 분석과 마케팅만 고민한다 해도 하루에 최소 30분이 소요된다. 더 심도 있는 고민을 한다면 시간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늘어날 수도 있다.


결국 인력 등 투자가 필요하고 이는 업소의 고정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현재로서는 인공지능과 같은 제4차 산업혁명의 산물이 업계의 인건비 감축, 운영비 절감 측면에서 검토되고 있지만 조만간 다른 측면에 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아마존은 숙박업에 최적화된 호텔용 알렉사를 메리어트 호텔 등 10여 곳의 숙박업소에 공급했다. (자료: 아마존)


아마존, 호텔용 알렉사 공개

2018년 6월 19일, 아마존은 메리어트 인터내셔널과 함께 호텔용 알렉사(Alexa for Hospitality)를 발표했다. 메리어트는 지난해 호텔에 가장 적합한 서비스를 찾기 위해 인공지능 스피커인 아마존의 알렉사와 애플의 시리를 모두 테스트했다. 결과적으로 알렉사의 승리로 돌아갔다. 호텔용 알렉사는 메리어트 호텔, 웨스틴 호텔&리조트, 세인트 레지스 호텔&리조트, 알 로프트 호텔, 오토 그래프 컬렉션 호텔 등 10여 곳에 배치된다.


고객은 알렉사를 이용해 서비스와 편의시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프런트에 전화를 하는 대신 알렉사와의 대화로 객실청소, 관리, 룸 서비스 등을 요청할 수도 있다. 이제 인공지능 스피커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조명, 온도, TV, 블라인드 등의 실내 장치를 개별 환경에 맞게 조정할 수 있다.


여기에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체크아웃 시 알렉사에게 지시했던 명령 내용을 원격으로 지울 수도 있다. 이러한 편의 기능 외에 주목해야 할 부분은 피드백 데이터를 통해 고객 참여도를 분석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호텔 시스템 조정도 가능하다. 알렉사는 인공지능 기반의 음성 스피커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이미 애플, 구글 등의 제품을 멀찌감치 제쳤다는 게 업계 평가다. 


물론 인공지능 스피커가 IoT 시스템을 제어하는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겠지만, 이 역시 시간문제로 보인다. 


일본, 가장 빠르게 도입되고 있는 숙박시장오카다 호텔, 홈페이지에 인공지능 도입일본의 하코네 유모토에서 창업한 지 63년된 전통호텔 오카다(Okada) 호텔이 인공지능을 도입한 이유도 마찬가지였다. 가장 큰 이유는 관광업계의 비즈니스 모델이 변화해서다. 오카다의 하라 요헤이 영업부장은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IT에서 업무 현장의 과제 해결뿐 아니라 호텔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과거에는 단체 고객이 60% 이상의 비중을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개인 고객이 급증했고 온라인화로 인해 고객층에 맞게 전략을바꾸지 않으면 곧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가장 큰 이슈는 지난 5년간 온라인화로 인해 예약 취소 수가 2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취소가 늘어나면 기회손실은 물론 작업량도 늘어난다.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하라 영업부장은 판매 채널과 객실 유형 등의 요소가 고객 만족에 얼마나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분석했고, 이 데이터는 셀프 BI 도구를 통해 시각화했다. 


이어 오카다가 도입한 것이 바로 인공지능이다. 하라 영업부장은 인공지능을 탑재한 오라클의 ‘Oracle Service Cloud’ 기반의 FAQ 시스템을 공식 홈페이지에 탑재해 이용자가 객실, 온천, 숙박시설 등의 페이지를 보는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하단에 관련 질문과 답변이 등장하도록 했다. 


간단해 보이지만 챗봇(Chatbot) 대신 질문유형을 그룹화하고 페이지 하단에서 관련 질문이 튀어나오는 형식을 취한 것은 질문과 답변의 명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인공지능 도입 후 홈페이지를 통한 예약 증가는 물론 페이지 방문자도 10% 이상 증가했다. 전화예약이 가능한 시간은 19시까지이지만, 고객 중 40%가 업무 외 시간에 예약을 하기 때문에 전화 문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시간적 제약 등을 해결할 수 있었다. 


향후 오카다는 인공지능이 학습한 데이터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에 대해 고려 중이다. ‘지금’ 바로 알고 싶은 정보를 웹 컨시어지 형태로 고객에게 제공한다는 것이다. 또 예약 전후에 발생할 수 있는 궁금증, 예를 들어 식사 시간, 주변 관광명소, 쇼핑 혼잡시간 등을 추측해 객실 TV에 “지금 기념품 매장이 비어 있습니다”와 같은 답변이 송출되는 솔루션도 개발 중이다. 


오카다 호텔은 챗봇 대신 고객의 질문을 명확히 해 최적의 답을 제시하는 인공지능 서비스를 홈페이지에 구현했다. (자료: 오카다 호텔)


직원 없이 운영 가능한 무인 숙박시설 꼬뮨

일본의 민박업계도 인공지능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민박 예약 중개 서비스를 하고 있는 VSbias는 2017년 11월 무인형 숙박시설 ‘꼬뮨(Commune)’을 오픈했다. 꼬뮨은 스마트 잠금이나 태블릿을 활용한 스마트 체크인 시스템에 인공지능을 도입한 업무 자동화로 현지 직원이 상주하지 않아도 운영 가능한 숙박시설이다. 이는 VSbias가 지금까지 3,800개 이상의 숙박시설의 시스템을 관리하며 축적해 온 데이터와 운영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꼬뮨의 특징적인 서비스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인공지능을 활용한 업무 자동화다. 프런트 직원을 상주시킬 필요도 없어졌고 고객과 24시간 채팅도 가능하다. 두 번째는 스마트 체크인이다. 꼬뮨은 비밀번호에 입실 가능한 스마트 도어록을 도입해 태블릿으로 본인 확인만 하면 자동으로 체크인이 되는 ‘m2m Check-In’을 개발, 적용했다.


안심 여행 지원 시스템은 고객을 위해 레스토랑 예약, 택시 배차, 병원 연락 대행 외에도 고객 전용 장치를 제공해 관광 중 언제든 인터넷 사용을 가능하게 했다. 


꼬뮨의 첫 번째 시설인 꼬뮨 쿠조(Commune Kujo)’는 청소직원 등 일부를 제외한 인건비가 들지 않는다. 인공지능과 첨단 시스템 도입으로 지난 2018년 3월 실적 기준으로 ROI(투자자본수익률) 45%를 달성하기도 했다. 성과에 힘입어 VSbias는 주택숙박 사업법에 근거해 꼬뮨을 전국에 오픈해 나가고 있다.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은 7월 19일 KT의 인공지능 기술을 집약한 ‘기가지니 호텔’을 적용했다. (자료: KT)


한국도 인공지능 시대 접어들어

한국에서도 인공지능 도입이 구체화되고 있다. 7월 3일 개관한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은 인공지능을 포함해 ICT에 기반한 최첨단 호텔로 설계됐다.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의 인공지능은 KT의 ‘기가지니 호텔’을 통해 구현됐다. 기가지니 호텔은 음성인식, 터치스크린 등을 갖춰 객실에서 쉽고 빠르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통해 고객은 별도의 단말기 대신 음성이나 터치 스크린을 이용해 온도, 조명, 객실 비품 신청, 호텔 시설정보, TV 제어, 음악 감상 등을 할 수 있다. 전용 스마트 컨시어지폰인 ‘지니폰’은 호텔이나 인천공항에서 수령해 사용 가능하다. 이 폰으로 숙박 중 국내외 통화, 데이터 사용, 교통카드, 관광정보, 객실제어, 부가세 환급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KT는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서울 시내 4개 핵심 상권에 첨단기술을 접목한 호텔을 선보일 계획이다. 


SK텔레콤도 인공지능 플랫폼 누구(NUGU)를 비스타 워커힐 서울 객실에 설치했다. 호텔 이용객은 누구를 사용해 조명, 커튼, 온도, 고객 서비스 설정 등을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다. 추가로 실내 수영장, 루프톱, 셔틀버스 등 호텔 내 시설과 체크아웃 및 조식 시간 등 호텔 이용에 필요한 정보도 음성으로 확인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8월 9일 이후 인공지능 플랫폼 ‘누구’를 비스타 워커힐 서울의 44개 객실에 적용해 다양한 편의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자료: SK텔레콤)


서비스 다양화부터 비용절감까지

현재의 추세로 볼 때 숙박업에서 인공지능을 도입해 활용하는 경우는 다음과 같이 구분해볼 수 있다. 


첫째, 서비스의 다양화가 가능해진다. 특히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실현할 수 있다. 이메일, 연령, 주소 등의 기본적인 데이터에서 벗어나 고객이 추구하는 가치, 이력, 숙소 내의 행동패턴, 만족도, 의도 등을 분석해 오로지 한 명의 고객을 위한 서비스 상품을 만들 수 있다. 둘째,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헨나 호텔이나 꼬뮨처럼 직원수를 최소화한 운영기법은 향후 숙박업계에 큰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이다. 셋째, 개선사항을 분석해 성장의 척도로 활용할 수도 있다. 여기에는 고객과의 지속적인 소통도 포함된다. 고객이 원하는 것, 원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숙박업소를 선택할 때 가장 먼저 살펴보는 것은 무엇이고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은 무엇이며, 객실 서비스 중 불편한 요소는 무엇이었는지도 파악 가능하다. 


현재 기준으로 숙박업에서 인공지능의 활용은 주로 운영상의 효율성, 즉 운영비용 절감 측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향후 인공지능은 고객 서비스 측면에서 더 큰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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