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를 달리는 호텔, 꿈일까 현실일까
호텔도 IT 중심의 산업으로 변화할 것
- 2019.01.15
- 에디터 : 김영학
2018 래디컬 이노베이션 어워드에서 대상을 수상한 에이프릴리의 자율여행 스위트 룸 (자료: Aprilli Design Studio)
한창 개발 중인 자율주행 자동차(AV: Autonomous Vehicle)에 이어 자율주행 호텔도 등장할 기세다. 2018년 10월 뉴욕 맨해튼 뉴 뮤지엄에서 열린 호텔업계 디자인 공모전인 ‘2018 래디컬 이노베이션 어워드(2018 Radical Innovation Award)’에서 자율주행 호텔을 콘셉트로 한 에이프릴리(Aprilli Design Studio)의 자율여행 스위트 룸(ATS: Autonomous Travel Suite)’이 대상을 받았다.
운전자의 조종 없이 자동차가 스스로 목적지까지 달리는 모습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오래 전부터 꿈꿔온 장면이다.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최근 수년간 자동차업계와 전자부품업계는 기술적 측면에서 자율주행 자동차 구현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완전 자율주행 단계(레벨 5)까지는 아니나 현재 부분 자율주행인 3단계까지 개발이 진행됐으며 구글 등 IT 선도기업에서는 이미 4단계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디자인 회사인 에이프릴리는 이런 자율주행 자동차에서 착안해 2018 래디컬 이노베이션 어워드에서 ATS를 출품해 대상을 거머쥐었다. 스티븐 리(Steven Lee)가 디자인한 이 자율주행 호텔은 콘셉트 단계이긴 하나 여행을 다양한 측면에서 고려했다는 점에서 향후 호텔업계에 획기적인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ATS는 운전자 없이 여행자의 집에서 목적지를 왕래할 수 있는 이동 수단이다. 소형 호텔로 고안된 ATS는 기본적인 수면, 업무시설, 욕실 등 일반 호텔에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자율주행 스위트 룸은 수면을 비롯해 업무시설, 욕실 등 호텔에서 경험 가능한 서비스를 담고 있다. (자료: Aprilli Design Studio)
모든 서비스의 개인화를 꿈꾸다
ATS는 자율 인터페이스(Autonomous Interface)라는 중앙 플랫폼을 통해 최첨단 기술을 적용한 호텔과 다른 ATS 사이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여행객이 온라인 앱을 사용해 목적지와 필요한 서비스를 지정하면 예약한 사양에 맞게 커스터마이징된 ATS가 바로 집 앞까지 자동으로 배달된다. ATS에 탑승하면, 자율 인터페이스는 최상의 경로를 분석하고 인근 시설과 통신해 고객의 요청에 맞는 서비스를 실행한다. 또 실내 환경, 차량상태 점검 등으로 여행 중 최상의 조건을 유지할 수 있다.
여행객은 ATS가 도킹하게 되는 자율 호텔(Autonomous Hotel)의 식당, 회의실, 스파, 수영장, 피트니스센터 등 모든 시설뿐 아니라 미니바, 하우스키핑, 영화감상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 모든 시설은 개별적으로 예약이 가능하기 때문에 혼행족, 커플, 가족 등 다양한 여행객의 유형에 맞출 수 있다. 특히 ATS에 배터리나 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무인 서비스 자동차(Uncrewed Service Vehicle)도 제공할 수 있다. 자율 호텔에 ATS가 도킹하는 형태여서 필요에 따라 자율 호텔과 ATS를 일체형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자율여행 스위트 룸이 도킹할 수 있는 자율 호텔 (자료: Aprilli Design Studio)
자동차이면서 호텔인 이동형 객실
에이프릴리는 ATS를 단순한 자동차가 아닌 이동형 객실(Mobile Room)이라고 표현한다. 이는 ATS가 호텔리어에 의해 운영되고 관리되어 온 공간을 이동 가능한 형태로 디자인했다는 측면에서 일반 자동차 그리고 숙박시설 모두와 다르다고 말한다. 가장 중요한 핵심은 장거리 여행 시 서비스다. 여행객의 관심사는 ‘자동차를 얼마나 오래 운전해야 하는가?’ 혹은 ‘배터리가 얼마나 오랜 수명을 가지고 있는가’와 같은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사람이 좁은 공간에 머물러야 하는가’, ‘긴 여행 기간 동안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일 것이다. 이동 시간이 길어질 때마다 여행객은 화장실, 침대 등을 포함한 편안한 공간을 그리워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장시간 이동에 지친 기차 혹은 자동차 안에서 떠올리는 침대에서 만끽하는 꿀맛 같은 잠은 오아시스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에이프릴리가 중점을 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자동차가 아닌, 호텔과 마찬가지의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동형 객실. 이는 여행을 더 편하고 의미 있게 만들 수 있는 새로운 기술과 호텔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인 것이다.
ATS는 교통과 호텔을 하나의 형태로 통합한 형태의 서비스라 할 수 있다. 그로 인해 여행 일정에 유연성이 더해지고 비용 역시 절감할 수 있으며 개인화로 인해 프라이버시 보호도 가능해진다. 더 중요한 것은 여행 내내 안락함을 유지할 수 있다. 스티븐 리는 플랫폼 내에 세금, 렌터카 비용, 항공료, 호텔비 등을 모두 포함하는 서비스가 가능해 항공이나 기차 여행에 비해 훨씬 경쟁력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물론 이런 서비스는 미국처럼 대부분의 주요 도시가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항공이나 철도 이용이 필수겠지만, 공항이나 기차역에 도착한 이후부터 2차 교통수단이 필요하다. 2차 교통수단을 이용한 이동은 필요에 따라 6~12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에이프릴리는 여행객, 특히 비즈니스 여행객에게 2차 교통수단으로 ATS는 경쟁력 있는 옵션임을 강조했다.
자율여행 스위트 룸이 도킹할 수 있는 자율 호텔 (자료: Aprilli Design Studio)
자동차의 진화가 호텔의 새로운 청사진 제시할 수도
자율주행 호텔이라니, 다소 황당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겠지만 이미 세계 각국에서는 자율주행 자동차뿐 아니라 자율비행 택시까지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율주행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자율비행 택시는 이미 수년 전부터 드론 전문기업과 IT 회사, 심지어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까지 발벗고 나서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경쟁이 치열한 분야이기도 하다.
우버는 2023년까지 드론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고, 두바이에서는 이미 드론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비행택시를 시범운행하고 있을 정도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2018년 11월 아우디와 에어버스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개최된 드론위크에서 팝업 넥스트(Pop.Up Next)라는 자율비행 택시 프로토타입을 선보이기도 했다.
인텔은 모빌아이, BMW와 연합해 2021년까지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를 상용화할 계획이지만 업계에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빨리 자율주행 자동차가 도로를 주행할 지도 모른다. 이미 미국에서는 승객을 태우고 스스로 운전하는 택시가 상용화 됐다. 2018년 12월에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의 자율주행 자동차 웨이모(Waymo)가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상용 자율주행 자동차 서비스인 웨이모 원(Waymo One)을 개시한 것이다.
이처럼 세상의 기술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에이프릴리의 자율주행 호텔이 비록 콘셉트 단계이긴 하나 자율주행 자동차가 달릴 수 있는 도시 인프라가 구축된다면, ATS의 구현 가능성 역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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