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마녀의 공간에서 발견하는 선과 악



매년 10월 말 할로윈이 되면 홍대, 이태원 등지에 사람들이 온갖 분장을 하고 돌아다닌다. 그 중 꼭 빠지지 않는 분장은 마녀다. 검은 옷에 뾰족한 모자, 긴 손톱과 짙은 화장. 우리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마녀의 모습이다. 그런데 왜 마녀는 항상 무서운 캐릭터일까? 착한 마녀는 없는 걸까?


포토전시회 ‘마녀정원’은 마녀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탈피한 전시회다. 전시는 ‘마녀는 사악한 여성일까?’라는 의문에서 시작됐다. 인스타지아 팀은 기존 ‘마녀’하면 떠올랐던 해골과 까마귀, 거미, 관 같은 어두운 이미지에서 탈피, 꽃과 정원을 중심으로 한 전시물을 만들었다. 그러나 아름다운 겉모습에 속아서는 안 된다. 이 곳은 마녀의 공간이며, 정원 역시 현실이 아닌 마녀가 만들어 낸 상상 속의 공간이다.


마녀의 주술에 걸린 7개의 공간

전시는 무지개 너머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것에서 시작된다. 전시장의 입구, 매표소에는 무지개 패턴을 사용해 상상 속 세계로 이어지는 통로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무지개 끝은 닿을 듯 닿을 수 없는 공간으로, 관람객이 전시장에 발을 디디는 순간부터 마녀의 주술의 걸렸음을 의미한다.


무지개 끝에서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마녀의 옷장이다. 동화 ‘나니아 연대기’에서 아이들이 큰 옷장 문을 열고 들어가자 나무 옷장 안에 눈보라가 치고 숲이 펼쳐진 것처럼, 마녀정원의 마녀의 옷장도 꽃으로 꾸며져 있다. 옷장 문을 열면 장미꽃과 열대 식물에 둘러싸인 관람객의 모습이 거울에 비친다. 주술에 걸려 스스로 마녀가 되어 버린 것이다. 


옷장을 지나면 끝없는 거울 터널이 펼쳐진다. 거울 터널은 내 안에 있는 마녀는 어떤 모습일지, 곳곳에 비친 자신을 발견하는 공간이다. 사방에 설치된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며 내 안의 마녀는 어떤 모습일지 찾게 된다.


이어지는 공간은 마녀가 생활하는 마녀의 방이다. 꽃과 나무가 가득하지만 따뜻하기보단 어둡고 차갑게 느껴진다. 그러나 마녀에게는 가장 편안하고 아늑한 집이다.


마녀의 집에는 밝고 화사한 유리 정원과 연못도 있다. 그러나 이곳 역시 주술로 만들어진 공간이다. 꽃과 유리볼이 공중에 떠다니며 붉고 파란 조명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또 연못에는 금붕어 대신 가오리와 같은 바다 생물이 헤엄친다. 유리 정원은 전시에 참여한 플로리스트 팀이 가장 공을 들인 공간이다. 꽃을 하나씩 공중에 매달고 신비한 분위기를 위해 너무 어둡지도, 밝지도 않게 조명을 조절하는 작업이 매우 까다로웠다고 한다.


총 연출을 담당한 이동석 대표는 “전시장 곳곳에 배치된 요소를 활용하면 효과적으로 전시를 즐길 수 있다”고 전했다. 평면 작품을 전시하는 일반 전시회와 달리 마녀정원은 조명과 전시물을 활용해 사진을 찍을 때 작품이 의미하는 바를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일반 사진을 찍듯 인물 위주의 사진보다는 배경과 오브제를 활용해 촬영하시길 권해드립니다. 불투명한 배경 뒤에 서서 실루엣을 살리거나 거울의 반사를 이용해 촬영하면 색다른 사진을 남길 수 있습니다.”


이동석 대표는 “전시의 완성은 관람객이 SNS에 사진을 공유하는 데 있다”고 덧붙였다. “마녀정원에서 찾은 자신의 내면, 숨겨진 아름다움을 타인에게 공개해 관람객 스스로가 전시를 완성시키는 역할을 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대중가요나 클래식을 사용하는 다른 포토전시와 달리 마녀정원은 스토리에 맞게 전시 음악도 직접 만들었다. 7개의 테마에 따라 구성된 7곡의 음악은 공간에 담긴 스토리를 부각시키는 역할을 한다. 음악 제작에는 2008 CJ 영페스티벌 음악부문 작곡 우수상 수상자인 정유진 뮤지컬 작곡가가 참여했다. 정유진 작곡가는 ‘마이걸’, ‘밴디트’, ‘성균관 유생 이옥’, ‘단원 김홍도’ 등 다수의 뮤지컬 작품으로 인정 받은 신진 작곡가다.




마녀와 거울이 표현하는 인간의 선과 악

인스타지아 팀은 거울을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도구로 사용했다. 마녀정원의 표면적인 주제는 마녀이지만 마녀와 거울을 통해 인간 내면의 선과 악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했다. 전시장 곳곳에 거울을 설치하고 공간마다 조명의 색과 위치를 달리해 관람객이 평소 보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도록 했다. 이 중 가장 핵심이 되는 공간은 거울 터널이다.


“거울 터널은 차가운 거울에 자신을 비춰보며 내 안에 잠들어 있는 이면을 발견하는 곳입니다. 거울 안에 거울이 겹겹이 비치면서 왜곡이 일어나는데, 이것이 바로 본 전시의 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이 때로는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이동석 대표는 전시에 영감을 준 요소로 동화 ‘백설공주’를 꼽았다. 왕비가 거울을 보며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라 묻는 장면에서 마녀와 거울의 조합을 생각했다.


마녀정원을 기획한 인스타지아는 연극 ‘광수생각’을 연출하고 뮤지컬 ‘웰컴투마이월드’ 등을 제작·감독한 이동석 연출가가 이끄는 팀이다. 마녀정원에는 조성희 플로리스트가 참여해 다양한 꽃 조형물을 제작했다. 인스타지아는 조성희 플로리스트와 함께 꽃과 거울에 대한 미디어 전시를 기획 중이라고 한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미디어로 표현하는 스테이지 미디어 아트 전시도 구상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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