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와 메텔이 떠난 오래된 미래 속으로
예술공간으로 탈바꿈한 나진상가
- 2018.09.18
- 에디터 : 김영학
1980년대 어린이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던 추억의 명작 만화 ‘은하철도 999’를 집중 조명한 ‘갤럭시오디세이展: 마츠모토레이지의 오래된 미래’(이하 갤럭시오디세이)가 용산전자상가(나진상가 12~13동)에서 열리고 있다. 작가의 우주관을 오마주한 다양한 미디어 아트 전시를 즐길 수 있는 나진상가의 새로움 속으로 들어가보자.
갤럭시오디세이의 기획 의도는 1970~1980년대 인기 만화 ‘은하철도 999’의 원작자인 마츠모토 레이지가 상상해온 미래에 성큼 다가선 현재의 기술력을 미디어 아트 전시를 통해 체험하는데 있다. 또 ‘은하철도 999’ 원작만화를 기억하는 세대는 물론, 기억하지 못하는 세대라 해도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엔터테인먼트적 요소와 체험 요소를 한국의 유망한 10팀의 아티스트와 함께 구성했다.
작업실부터 VR 체험까지
이번 갤럭시오디세이에 참여하는 작가는 뮤지션 하림, DJ 이디오테잎(IDIOTAPE)의 멤버 디구루(DGURU), 과학자이자 미디어아티스트인 송호준, 신남전기, 윤제호, 일러스트레이터 집시(ZIPCY), 웹툰작가 탐이부 등 모두 10팀이다. 이 10팀이 펼치는 전시는 총 3개의 섹션(아카이브, 오마주,체험)으로 구성되어 있다.
· 명작이 탄생한 공간
아카이브 섹션에서는 작가의 아카이브룸, 캐릭터룸, 만화룸 등 작가의 작업실을 통해 작품세계를 깊게 들여다 볼 수 있다. 특히 마츠모토 레이지의 2017년 최신작 ‘미래도시’의 원화를 포함한 희귀판 클래식 피규어 60여 점, 코믹북, 도서 약 200권, 음반, 게임물 등 기타 오리지널 컬렉션 약 50점 등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국내에서 ‘은하철도 999’가 가장 흥했던 1980년대로 돌아간 듯한 아카이브룸, 웹툰작가 탐이부가 특별 제작한 에피소드 ‘레스토랑 999에서 있었던 일’과 함께 추억의 만화룸에서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경험할수 있다. ‘작가의 작업실’에서는 실제 마츠모토 레이지의 작업실을 그대로 연출해 명작이 탄생한 공간을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다.
· 오마주로 재탄생한 메텔
오마주 섹션에서는 만화 속 한 장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국내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 신남전기의 ‘MPC 134340(pluto, 명왕성)’, 비주얼 아티스트 유하다 작가의 ‘꽃들의 별’, 일러스트레이터 집시의 ‘메텔’ 작업, 미디어 아티스트 윤제호 작가의 ‘공간에서 공간으로’ 팝업(Pop-Up) 전시 등 그들만의 작업방식으로 다양한 해석을 제시한다.
· 은하철도 999에 탑승하십시오!
마지막 체험 섹션은 은하철도 999호에 탑승한 듯 책과 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이야기를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섹션으로 디지털 샤워룸 공간부터 인터렉티브 미디어룸, 다프트펑크(Daft Punk) 뮤직비디오룸, VR룸, 만화그리기 체험룸, 로보틱스가 구동되는 전시 중앙홀까지 이어진다. 이 중 미국 뉴욕대 출신 미디어 아티스트 장인표 작가의 ‘Galaxy X/Y’는 마치 우주공간에 서서 직접 우주를 움직여보는 듯한 체험의 기회를 선사한다. 국내 전자 음악씬의 대부인 디구루(from 이디오테잎)와 미디어 아티스트 송호준의 VJ룸에서는 사운드에 반응하는 설치미술 관람이 가능하다. 뉴미디어 혁신기업 상화의 가상현실(VR)팀이 재해석한 ‘은하철도 999’에 탑승해 만화 주인공(철이, 메텔)과 함께 우주여행을 떠나는 실감나는 VR 체험으로 시청각적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은하철도 999의 세계관에 주목하라
가장 큰 장점은 남녀노소가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은하철도 999’를 보면서 자란 부모세대가 전시장을 찾아 추억을 회상하고 아이와 함께 공유하며 관람할 수 있다.
전시회 측은 “전시장을 방문하기에 앞서 ‘은하철도 999’의 중심 내용과 원작자인 마츠모토 레이지가 만화를 통해 전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정보를 습득한다면, 더욱 풍성하게 관람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도슨트를 할 때 관람객에게 ‘혹시 ‘은하철도 999’의 전체적인 스토리를 아시나요?’라고 질문하면 관객 대부분은 ‘철이가 엄마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그린 내용’이라고 대답합니다. 하지만 이 만화를 단순히 철이가 메텔을 만나 우주여행을 하는 스토리로 알고 관람한다면, 전시가 중점적으로 전달하려는 메시지, 마츠모토 레이지의 우주관과 미디어 아트가 어떻게 오마주 됐는지, 전시된 작품이 무엇을 이야기하는 지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지 못할 겁니다. 더 깊은 스토리를 작품과 함께 설명하기 위해 저희는 매일 3시 정규 도슨트를 운영 중입니다.”
‘갤럭시오디세이’는 단순히 명작 만화를 소개하는 콘셉트는 아니다. 추억의 산물인 만화를 현대의 첨단 기술에 결합한 융합 콘텐츠 전시이자 인간의 욕심을 경계하고 삶의 유한성을 시사하는 작가의 깊은 세계관을 담고 있다.
‘은하철도 999’가 방영된 지는 오래됐지만, 마츠모토 레이지가 보여준 ‘오래된 미래’는 아직도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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