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호텔의 첫인상, 로비 ①]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로비의 중요성

공용공간에도 가치를 담을 수 있어야

17세기 프랑스 살롱에서 영감을 얻은 램블 호텔(The Ramble Hotel)은 살롱의 효용성을 대화를 통한 아이디어 교류와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것에 있다고 보았다. 로비 역시 고객과 다양한 사람들이 상호 교류를 촉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2개의 바와 다양한 좌석 공간 형태로 구성됐다. (자료: 램블 호텔)


숙박시설이 갖추고 있는 공간 중 대부분은 인테리어를 걷어내면 그 기능과 형태가 대동소이하다. 대표적인 곳이 객실일 것이고 공용 공간 역시 기능과 형태 측면에서는 큰 차이를 발견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로비는 호텔의 특색을 가장 잘 반영하는 공간으로, 어떤 가치와 철학을 추구하느냐에 따라 그 기능과 공간, 인테리어를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다. 특히 로비는 고객으로부터 첫인상을 결정짓게 만드는 매우 중요한 공간이어서 더욱 중요하다.


중소형 호텔에서는 고객이 체크인과 체크아웃에 시간을 소비하는 것은 낭비적이다. 이는 호텔의 규모가 작아질수록 더욱 그러하다. 즉 실용성이 보장되지 않는 단순히 예쁘고 꾸밈 가득한 인테리어는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특히 직원이나 다른 고객과 마주치기를 내키지 않는 고객의 인입이 많은 곳이라면 로비의 기능은 본질에 충실할 수 있도록 인테리어하는 것이 기본이고 정석이었다.


하지만 고객이 호텔을 들어설 때 가장 먼저 마주하는 공간은 객실이 아닌 로비다. 문을 열고 들어선 고객은 자신이 첫발을 내딛는 로비의 인테리어를 둘러보고 잠시 후 자신이 묵게 될 객실을 상상하고 호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결정짓는다. 무미건조하거나 호텔이 추구하려는 바가 무엇인지 담아내지 못한다면, 우선 고객으로부터 좋은 첫인상을 받지는 못할 것이다. 이는 로비가 스쳐 지나가는 공간이 아닌 공간, 가구, 색상, 질감 등을 통해 그 무언가를 고객에게 전달해주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곳임을 의미한다.


산타 모니카에 위치한 오세아나 비치 클럽 호텔의 로비는 평화로운 태평양 전망과 수영장이 있는 야외 안뜰 라운지를 갖추고 있으며, 로비는 비치 의자 모양의 소파, 선박용 패널 등으로 인테리어되어 있다. (자료: 오세아나 비치 클럽 호텔)


샌디에고 출라 비스타에 위치한 햄튼 인과 홈우드 스위트라는 두 호텔은 같은 로비와 공용 공간을 사용하고 있다. 로비는 부드러운 색채와 흙과 같은 색조를 사용해 가볍고 통풍이 잘 되는 느낌을 주어 관대하고 편안하면서도 역동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중점을 뒀다. (자료: 햄튼 인 & 홈우드 스위트)


로비는 자유로움의 상징이다

호텔의 목적을 객실 판매에서 확장해 ‘소통의 장’으로 활용하고 지역과의 유대감을 강화하는 것이라면 로비는 그야말로 다양성의 표본이 된다. 최근 공용공간인 로비를 다기능 체계로 운영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사례가 늘어나는 분위기는 곳곳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러한 유형은 라이프스타일 호텔이라 불리는 지 역사회와 밀착을 중시하는 호텔에서 주로 나타난다. 호텔 로비가 장엄하고 웅장하거나 체크인·체크아웃이라는 기본에 충실하기 보다 카페, 회의실, 도서관, 레스토랑 등으로 다양하게 변화한다. 만약 호텔 로비가 예술 작품과 앤티크 가구, 테이블과 소파 등으로 인테리어되어 있다면 이 호텔의 사업주는 고객이 또는 지역 주민이 로비에서 빨리 사라지기를 바라는 것이 목표가 아닌 것이다.


일례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기존의 호텔을 개조해 2019년 초에 오픈한 96객실 규모의 호텔 엠블렘(Hotel Emblem)은 로비의 모든 코너에서 고객과 지역주민이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도록 인테리어했다. 칵테일을 즐길 수는 라운지, 책으로 가득한 작가의 벽감(Alcove)이 있는 로비는 대공황이 밀어닥친 1920년대 ‘상실의 시대’에 태어나 제2차 세계대전을 직접 겪은 세대인 비트 세대(Beat Generation)가 보여준 그 시대의 사회문화 구조에 저항했던 문학인과 예술가의 정신을 고스란히 담았다. 샌프란시스코는 뉴욕과 함께 1950년에 시작된 비트 문화 운동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고객을 객실에서 로비라는 공동체로 끌어들일 수 있다면, 호텔은 더 많은 경험을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로비는 고객에게 차별화를 통해 멋진 첫인상을 남길 기회의 공간에서 한발 더 나아가 앞으로는 다양한 선택의 공간이 될 것이다. 만약 숙박업을 창업하거나 현재 운영하는 호텔을 리모델링이나 대수선할 계획이라면 객실뿐 아니라 공용공간에서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고민해보았으면 한다.


호텔 엠블렘은 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라운지와 함께 책으로 가득한 작가의 벽으로 인테리어된 로비를 구현, 1950년대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펼쳐진 문화운동의 정신을 담아냈다. (자료: 호텔 엠블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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