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달의 숙박] 한국과 서양의 고즈넉한 조화, 보눔1957

옛 사랑방이 호텔이 되기까지

오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보눔1957 한옥 앤 부티크 (자료: 보눔1957)


길게 뻗은 길 양 옆으로 나지막한 한옥이 늘어선 북촌의 가회동. 북촌에는 조선 왕실의 종친과 주요 기업인들의 사택이 많기로 유명하다. 이 길 한 편에 수 많은 한옥 사이에서도 오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한옥 부티크, 보눔1957 한옥 앤 부티크(이하 보눔1957)가 자리하고 있다.


보눔1957은 ‘1957년에 지어진 보석 같은 장소’라는 뜻이다. 한국전쟁 직후 폐허가 된 서울 시내에 자리한 보기 드문 고택으로, 호텔이 되기 전에는 故 김기탁 삼화 명예회장의 사택이었다.


김기탁 명예회장은 1940년대 대한민국 무역의 기틀을 세운 1세대 기업가다. 무역을 하며 해외와 교류한 영향을 받아 전통 한옥과 현대식 양옥이 혼합된 집을 세우게 됐다. 지금의 보눔1957이 되기 전 고택의 이름은 ‘석당(石當)’이었다.


김기탁 명예회장은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의 고난을 전통의 현대화라는 가치를 통해 극복하고자 노력했고, 그 가치는 보눔1957의 건축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한국의 미(美)인 유기적인 선과 서양의 미(美)인 공간 전체를 채우는 면과의 조화, 그리고 두 양식의 결합으로 탄생한 여백의 공간은 보눔1957만이 지닌 멋이다.


석당이었던 시기에도 보눔1957은 귀빈을 접대하고 모시는 사랑방과 숙박의 용도로 사용됐다.


현재 객실 내부에 장식된 고가구와 그림, 글씨는 석당에 머물렀던 옛 기업가와 지식인들의 손때가 묻은 것들로 여느 호텔 객실에 비치된 가구와는 비교할 수 없는 가치와 역사를 품고 있다.


황서하 보눔1957 홍보담당자는 “그 옛날 석당에 귀한 손님을 모시던 마음 그대로 머물다 간 모든 이들에게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가치를 선사하는 것이 보눔1957이 추구하는 바”라고 전했다.



보눔1957의 옛 이름인 석당은 설립자 故 김기탁 삼화 명예회장의 호이기도 하다. (자료: 보눔1957)


서양 양식과 한국 건축 양식의 조화

보눔1957이 한옥마을 내에서도 돋보이는 이유는 서양 양식과 한국 건축 양식의 조화 때문일 것이다. 보눔1957은 한옥과 양옥이 한 공간 안에 공존하는 형태로 지어졌다. 그 중 한옥 공간은 전통 온돌구조를 갖추고 있다. 객실의 벽을 둘러싼 문을 장식한 문살은 단아하고 정제된 한국의 미를 보여준다.


좌식 문화의 전통을 체험할 수 있도록 침대는 비치하지 않았고, 대신 편안한 잠자리를 책임질 고급 전통 침구를 제공한다. 황서하 담당자는 “샹들리에와 같은 서양 인테리어 요소와 한옥의 조화를 느껴보는 것도 보눔1957의 공간을 더욱 특별하게 즐기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양옥은 독채로만 운영되는 한옥과 달리 여러 개의 객실로 나뉘어 있다. 1950년대 한옥과 함께 건축할 당시의 대리석 바닥과 나무 천장, 샹들리에 등의 인테리어가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한옥이 그러하듯, 서양식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양옥의 곳곳에도 한국적인 요소가 깃들어 있다. 양옥 로비의 천장과 벽은 한옥과의 조화를 고려해 원목으로 빗살 무늬를 만들어내는 한편, 콘크리트와 두꺼운 벽 프레임으로 서양 건축물의 특징을 살리기도 했다. 양옥은 전통의 복원과 동시에 새로운 창조가 어우러진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보눔1957의 또 다른 특징은 모든 객실이 각각 다른 바닥과 천장구조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이는 처음 지어졌을 당시의 구조와 자재를 최대한 보존하고자 노력한 결과다. 또 각 객실마다 마련된 프라이빗 테라스와 정원은 개별 방이 아닌 작은 집 한 채에 머무는 느낌을 준다.


황서하 담당자는 보눔1957의 다양한 공간 중에서도 중정을 추천 장소로 꼽았다.


“한옥과 양옥 사이에 있는 뜰, 중정은 좋은 기운이 머무는 곳입니다. 중정에 놓인 해태 형상의 자연석 바위는 악귀를 물리치고 투숙객에게 행복과 은혜를 가져다 줍니다.”


돌담과 돌계단, 돌난간이 정제된 분위기를 자아낸다. (자료: 보눔1957)


외국인에서 내국인으로의 투숙객 변화

과거 보눔1957은 북촌의 관광객을 중심으로 한옥과 한국 전통적 아름다움을 알리고자 외국인 대상으로 홍보에 집중했다. 그 결과 전체 투숙객 중 외국인 비중이 90%나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젊은 층의 내국인 고객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황서하 담당자는 그 이유를 보눔1957 인근에 위치한 가회동 성당이 가수 비와 배우 김태희의 결혼식 장소로 유명세를 타면서 북촌을 방문하는 내국인 관광객이 증가한 것에서 찾았다.


보눔1957은 변화한 고객층에 맞춰 SNS를 활용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2018년에는 투숙객에게 수제비누와 입욕제 증정, 유명 한의사가 개발한 화장품 세트 증정, 객실 이용 요금을 59%까지 할인해주는 얼리버드 스페셜 등 다양한 이벤트를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홍보했으며, 2019년에도 다양한 시즌별 프로모션을 기획 중이다.


이 외에도 보눔1957에서는 상시 이벤트와 프로모션도 진행하고 있다. 양옥의 더블룸을 제외한 디럭스와 주니어룸, 그리고 한옥 투숙객에게는 무료 조식이 제공된다. 또 생일, 신혼여행 혹은 결혼기념일 당일에 투숙하는 고객에게는 사전예약 시 와인과 치즈 플레이팅을 제공한다. 보눔1957은 카페 레이서 북촌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보눔1957의 투숙객은 이 곳에서 아메리카노를 무료로 즐길 수 있으며 다른 음료는 2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보눔1957은 특별한 공간 구성 때문에 여러 드라마와 영화, 뮤직비디오 촬영 장소 섭외 요청이 들어온다고 한다. 싸이의 ‘I Luv It’ 뮤직비디오, 중국 아이돌 SNH48의 뮤직비디오 촬영과 JTBC 드라마 ‘미스티’, ‘스카이캐슬’에 등장하며 다시 한 번 유명세를 타게 됐다.



한옥과 양옥의 건축 양식 속에서 각각의 문화가 공존하는 것이 보눔1957의 매력이다. (자료: 보눔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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