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실운영 ⑤] 복합적인 매력을 찾아 호텔 상품에 연결시켜야



심사숙고 끝에 가을 패키지를 준비, 판매를 시작했다. 홈페이지, OTA 사이트 등 여러 군데에 홍보 글도 올렸다. 하지만 생각보다 객실판매는 지지부진했다. 원인은 먼 곳에 있지 않았다. 2km 거리에 있는 경쟁 호텔에서 거의 비슷한 구성의 객실 패키지를 우리보다 약 15%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었다. 전체적인 가격 및 혜택에 대한 재구성이 필요했다. 지금까지 홍보에 들어간 지출은 고스란히 매몰비용이 되어버린 셈이다.


‘[수도권] 호텔 88곳 신축… 객실 50% 늘린다’.

지금으로부터 약 5년 전인 2013년 7월 ‘동아일보’에서 게재한 기사의 머릿글이다. 2000년대 후반 기록적인 엔고 현상으로 일본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그 열기가 식어갈 즈음 마치 바통 터치하듯 한류 열기가 이어지며 유커(중국인 여행객)가 한국으로 몰려들었다.


이렇게 급증하는 외국인 관광객으로 인해 관광 산업의 활황이 이어지자 언론에서는 연일 서울시에 이들을 수용할 호텔 객실이 태부족이라는 기사를 쏟아냈고, 관계부처도 그에 발 맞춰 규제 완화, 대출 증액 등의 당근을 꺼내며 호텔의 증축, 신축을 부추겼다.


기업은 화답했고 이내 종로, 명동 등 일대에서는 여기저기 호텔의 신축 공사 현장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또한 중소 모텔을 운영하던 이들은 느슨해진 규제 속에서 손쉽게 호텔이라는 간판을 달 수 있었고 그 결과 굉장한 속도로 국내 호텔 객실수가 늘어났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의 상황은 어떨까. 가파르게 상승했던 엔화의 기세는 수그러들었고 그와 비례해 일본인 관광객 수도 감소했다. 2016년까지 빠르게 늘어났던 중국인 관광객은 정치적인 이유로 2017년 초반부터 급락했다. 호텔 신·증축을 부추겼던 관계부처와 지자체는 그에 맞는 관광 콘텐츠 개발에 게을렀고, 언제부턴가 객실이 부족하다는 기사는 보기 어려워졌다. 쉽게 말해 주위를 둘러보면 너무나 많은 호텔이 존재하고 수요를 한참 웃도는 공급량을 지닌 호텔은 공실률을 낮추기 위해 다양하고 처절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킬러 콘텐츠를 만들어라

경제위기 이후 자발적인 다이어트에 집중한 기업은 자사의 직원이 호텔에 투숙할 때도 특1급 호텔을 고집하지 않고 돋보이는 가성비를 무기로 내세운 신축 특2급 호텔 또한 선택지로 삼고 있다. 과거 여행사를 통해 우리나라를 방문하던 많은 외국인 관광객도 야무진 자유여행을 준비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독특한 개성을 뽐내는 많은 특2급, 관광호텔, 부티크 호텔 등으로 눈을 돌리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쟁 호텔, 경쟁 업체를 지켜보고 분석하며 학습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상황이 됐다.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정보의 양이 호텔업 종사자가 지니고 있는 양을 상회하는 경우도 더 이상 놀랍지 않다. 더군다나 이제는 동종 업계의 경쟁사만 견제해야 하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왕성한 소비와 공급이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지만) 에어비앤비 등 새로운 공유 숙박 플랫폼까지 견제해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동일한 구성을 갖추고 단순히 가격적인 부분에서만 경쟁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전략의 부재 속에서 과다한 공급 간 이루어지는 가격 경쟁은 결국 치킨게임으로 이어질 뿐이다. 방송업계에는 ‘킬러 콘텐츠’라는 용어가 있다. 채널 자체의 인기 여부와 관계없이 잘 만들어진 어떤 콘텐츠 하나가 그 채널 전체의 인식을 바꿔 놓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비단 이 킬러 콘텐츠라는 표현이 미디어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조금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되더라도 차별화된 구성과 전략이 담긴 ‘킬러 콘텐츠’가 있다면 결국 소비자는 기꺼이 지갑을 열 것이다. 


자사의 영업과 관리만으로도 충분히 많은 노력과 수고를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경쟁 업체를 살필 여력이 없다는 말은 핑계일 뿐이다. 내가 쉽게 생각하고 실행할 수 있는 아이템은 모두에게 쉽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처절한 노력 끝에 탄생한 아이디어라도 ‘개성’이라는 옷을 입히지 않으면 금세 여기저기에서 내 노력의 산물과 비슷한 아류를 너무 쉽게 만나게 된다.


내가 일하고 있는 호텔의 위치와 교통, 지역의 사정 등 다양한 요소를 한데 모아 복합적인 매력을 찾아내 호텔 상품에 결합시키는 것이 주변 경쟁 호텔과의 다툼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직접적인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다음 시간에는 마지막, 여섯 번째로 ‘사람’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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