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차 번호판 가려도 ‘무죄’
- 2012.09.03
- 에디터 : 호텔업
모텔 차 번호판 가려도 ‘무죄’
모텔 투숙객의 사생활 보호가 더 중요해
대법원이 “모텔 주차장에 세워둔 자동차 번호판을 가리는 행위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라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
달리는 차가 번호판을 가렸다면 당연히 단속 대상이 된다. 하지만, 모텔 같은 숙박업소가 주차된 고객 차량의 번호판을 가렸다면 어떻게 될까? 지난 08년 10월 서울 강남구의 한 모텔 직원 A씨(남 35세)는 모텔 주차장안에 있는 고객의 차량 2대에 번호판 가리개로 번호판을 가려줬다가 경찰의 단속에 걸려,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되었다. 고의로 번호판을 가리면 1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하는 자동차관리법에 따른 것이다. 호텔이나 모텔에서 번호판을 가려주는 일은 흔하다. 그런데 그게 죄가 된다면 숙박업 종사자들 중에서 전과자가 쏟아질 수 있는 상황이 닥칠 수 있었다.
1심 재판부는 고객 사생활 보호가 목적인 만큼 처벌할 수 없다고 무죄를 선고한 반면, 2심은 번호판을 가리는 행위에는 장소제한이 없다며 벌금 5만원 선고했다. 법원의 판결도 엇갈렸는데 그 판결의 요지는 아래와 같다. 1심은 자동차관리법은 효율적인 자동차 관리, 자동차 성능과 안전 확보를 위한 법이다. 처벌조항도 이런 입법 취지에 맞게 해석해야 한다. 번호판을 가린다고 다 처벌하다 보면 범위가 무차별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 이 사건은 고객의 요청으로 사생활 보호를 목적으로 한 행위라서 처벌할 수 없다.라며 무죄를 판결했으나, 항소심은 법 조항에 자동차 관리를 침해한 행위만 처벌한다고 나와 있지 않다. 어떠한 목적이나 의도가 있어야 처벌을 받는다는 문구가 없는 이상, 침해할 위험성이 있는 행위는 모두 처벌 대상이 된다고 봐야 한다. 처벌 근거 조항을 제한하여 해석한 1심 판결은 잘못이다.라며 유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1심 무죄의 판결이 더 옳다고 판단했다. 숙박업소 주차 차량에는 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확정했다. 대법원은 25일 "행위가 이루어진 의도, 목적, 내용 및 장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자동차 안전확보, 교통 범죄 단속과는 무관하게 사적인 장소에서 행해진 경우에는 처벌대상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사건을 2심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판결로 공공안녕과 사생활보호의 양팔저울을 놓고 개인의 사생활 보호에 무게를 싣는 법의의 판결이 나와 이처럼 사생활보호가 화두로 놓인 법원의 판단은 앞으로도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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