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업계까지 확산된 DIGITAL DETOX

디지털 기기를 대신할 즐길 거리 제공이 중요


숙박업소에서도 곳곳에 기술의 영향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투숙객은 여행 전 SNS로 다른 여행객의 후기를 찾아보며, 유명 호텔 등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한 자체 음성인식 기기를 제작, 객실마다 배치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숙소를 예약하는 일도 이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기술은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디지털 기기 중독이라는 문제를 초래했다. 디지털 디톡스는 말 그대로 디지털 환경에서 받는 독소를 제거하자는 의미다. 전자기기 사용에 중독된 현대인의 심신 치유를 위해 디지털의 사용을 중단하고 휴식을 취하는 처방 요법이다. SNS나 이메일 계정을 로그아웃하고 휴대폰과 컴퓨터 전원 꺼두기, 모니터 대신 종이책 보기, 자연 속에서 산책하고 명상하기 등의 활동이 있다.


르네상스 피츠버그 호텔 객실 (자료: 르네상스 피츠버그 호텔)


전자기기는 잠시 꺼 두셔도 좋습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숙박업계에까지 디지털 디톡스 움직임이 시작됐다. 미국 펜실베니아에 위치한 르네상스 피츠버그 호텔(Renaissance Pittsburgh Hotel)은 패밀리 디지털 디톡스 패키지를 운영하고 있다. 가족 단위 고객을 위한 이 패키지는 체크인 시점부터 투숙객 전원의 노트북과 휴대폰을 데스크에서 맡아둔다. 또한 TV와 전화, 음악이나 영상을 재생할 수 있는 아이폰 도킹 스테이션을 제거한 디지털로부터 완벽하게 차단된 객실을 배정받는다. 대신 가족끼리 대화를 하며 즐길 수 있도록 카드게임이나 보드게임을 제공한다.


킴튼 호텔 모나코 시카고(K impton Hotel Monaco Chicago)는 블랙아웃(Black out) 옵션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르네상스 피츠버그 호텔과 마찬가지로 투숙객은 모든 기기를 프런트 데스크에 맡겨야 한다. 블랙아웃 옵션을 선택한 투숙객에게는 트랜퀼리티 스위트(Tranquility Suite) 객실을 배정하고 릴랙스 어메니티(Relax Amenities)를 제공한다. 어메니티에는 심신 안정을 위한 마사지 롤러, 명상 음악, 수면 마스크와 보온 타월이 포함돼 있다.


 킴튼 호텔 모나코 시카고 객실 (자료: 킴튼 호텔앤레스토랑)


전기와 가스도 잠시 안녕

일본에는 디지털을 넘어 전기와 가스도 사용하지 않는 숙소가 있다. 시가현의 한적한 시골마을에 위치한 타이머(TIMER) 숙소는 자연에서 얻은 에너지만으로 객실을 운영한다. 에어컨 대신 계단식 논 구조에 착안한 건물로 냉방을 하며 장작으로 불을 피워 난방과 요리를 한다. 전기도 없기 때문에 모든 투숙객은 기름 램프나 태양광 랜턴을 사용해야만 한다. 그러나 전기를 꼭 필요로 하는 고객에게는 수동식 발전기를 지급해준다. 숙소에서 제공하는 모든 식사는 숙소의 텃밭이나 지역 농부들이 키운 재료를 사용해 요리한다. 


타이머의 숙박상품은 총 세 종류로 구성돼 있다. 주인장이 직접 만든 캘리포니아식 요리를 제공하는 ‘캘리포니아 코스’, 숙박과 온천을 이용할 수 있는 ‘민박 코스’, 자녀를 동반한 가족을 위한 ‘불편한 생활 자립 체험 코스’가 있다. 이 중 불편한 생활 자립 체험 코스는 염소 우유 짜기, 장작으로 요리하기, 별 관측, 곤충 탐험 등 전자기기 없이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국내 숙박업소에서도 비교적 손쉽게 고객에게 디지털 디톡스를 제공할 수 있다. 단순히 투숙 기간 동안 전자기기를 맡아두는 것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휴대폰이나 노트북 대신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책을 빌려주거나 컬러링북, DIY 키트 같이 객실에서 간단히 할 수 있는 활동이 적당하다. 근처에 산책로가 있다면 산책 코스를 안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진을 남기고 싶어하는 고객에게는 휴대폰 카메라나 디지털 카메라 대신 일회용 필름 카메라를 제공한다면 색다른 경험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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