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작은 호텔의 시대 ③]변신을 위한 와신상담. 작은 모텔의 의미 있는 재탄생

HOTEL SOULHADA, 답답한 마음을 풀어헤치다


강남의 상징적인 지역으로 자리한 지하철 2호선의 강남역은 예나 지금이나 젊은이로 붐빈다. 교통의 요충지 역할도 하고 있어 분당이나 시내로 진입하기 위한 사람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고 주변 상가와 학원가는 젊은이의 발길을 잡기에 분주하다. 이렇게 훌륭한 상권임에도 강남역을 중심으로 한 주변 지역에는 이상하리만큼 호텔 공급이 그리 많지 않다. 호텔이 들어설 만한 여유부지도 없을뿐더러 토지 가격도 만만치 않아서 수익성 높은 호텔사업을 전개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주변에 변변한 호텔이 없어 호텔사업에 승부를 걸어 볼만한 강남역 근처의 국기원 사거리에는 골목 안을 잘 들여다봐야 보이는 호텔이 하나 있다. 바로 호텔 ‛소울하다(HOTEL SOULHADA)’이다.


어머니의 고생을 이어받아 시작된 아들의 와신상담 

고왔던 어머니는 어느 순간부터 억척같아졌다. 넉넉치 않은 살림을 일으켜 보고자 조그마한 아동복 상점부터 시작해 생전 처음 장사라는 것을 시작했다. 목이 말라도 음료수 한 병 사 마시지 않고 오로지 장사에만 전념했다. 그렇게 재산이 한 푼 두 푼 쌓여갈 때쯤 “부동산이 제일 돈이 된다”는 말을 듣고는 경험도 없는 숙박시설을 덜컥 빚을 내어 사들였다. 지금의 호텔 소울하다의 전신인 M모텔은 2004년 이렇게 시작됐다. 


그런대로 경기가 좋던 시절이었다. 국기원 근처에는 많은 술집이 있었고 흥청망청거리는 사람들로 인해 그럭저럭 M모텔은 유지됐다. 부동산 가격도 기대만큼은 아니지만 투자의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 모텔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가슴 한 편에 희망으로 갖고 있는 제대로 된, 남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호텔사업에 대한 꿈은 커져만 갔다. 하지만 간단하지는 않았다. 객실 33개의 모텔을 그럴듯한 호텔로 전환하고 관광호텔로 등록하려면 만만치 않은 돈이 필요했다. 이는 모텔 업주들이 호텔로의 전환을 꿈꾸다 포기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마음껏 원하는 호텔로 변신시키기 위해 큰 돈을 투자하더라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어 지금의 현상유지를 선택하게 된다. 


계산상으로 증·개축에는 60억 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했다. 어머니는 과감히 변신을 결심한다. 그다지 자랑스러울 것 없던 모텔운영보다 늘 꿈꾸던 멋진 호텔 브랜드 사업에 도전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모텔 운영 경험이 많더라도 호텔사업 경험과는 별개였다. 오히려 모텔에 익숙해진 시각과 영업방식 등이 큰 장애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의 경험이 결정적인 오류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는 각고의 고민 끝에 호텔 브랜드를 정하고 큰 비용을 투자해 외관과 객실을 정비했지만 정작 인테리어 콘셉트가 고급 모텔 수준을 뛰어 넘지 못한 아쉬움은 경험치의 오류이기도 하다. 


어머니는 남아있는 모든 힘들 짜내 건물을 증·개축하고 제대로 된 호텔을 만들어 나갔다. 2016년 그렇게 낡은 모텔은 ‘소울하다(疏鬱)’라는 새로운 이름과 함께 46개 객실의 작은 호텔로 변신한다. 호텔의 운영방식과 사업방향을 정하지 못한 초기에는 그야말로 우왕좌왕이었다. 그러다 궁여지책으로 영입한 호텔 근무 경험자인 총지배인이 오히려 가장 중요한 호텔의 오픈 초기를 망쳐버렸다. 자신의 일처럼 혼신의 힘을 다해도 부족할 시기에 오너가 호텔의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적당히 그의 방식으로 대강대강 하루하루를 흘려보냈던 것이다. 검토되지 않은 시스템이 장착되고 영업전략도 없이 그저 조금 고급스러운 러브 호텔로 주변에 인식되기 시작했다. 


위기의 순간이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투입된 새로운 인재가 호텔 오너인 어머니의 아들 김산 총지배인이다. 호텔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일자무식이나 다름없는 아들은 어머니가 어렵게 일궈낸 작은 호텔을 꼭 성공시키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밑바닥 일부터 시작했다. 공사 후 빈번히 발생하는 하자보수와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객실 청소부터 베드메이킹까지 손수 뛰어다녔다.


밤이면 프런트를 지키며 야근 당직을 섰다. 차츰 건물은 바뀌었으나 고객은 바뀌질 않았다. 술 취한 취객이 이전 모텔에서 볼 수 있던 행패와 시비를 걸기 일쑤였고 손님이 뱉은 침을 온 몸으로 맞아가며 고개를 조아려야 했다. 그럼에도 아들은 손님에게 언성 한 번 높이지 않고 스스로 호텔 수업을 이어 나갔다. 아들의 기나긴 와신상담은 그렇게 시작됐다.




좋은 호텔이 되기 위해선 무엇이든 다 할 겁니다

그렇게 시작된 아들의 작은 호텔 경영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호텔운영 경험도 지식도 없다는 자기자신에 대한 객관적 판단을 근거로 김 총지배인이 선택한 행동은 무조건 배운다는 것이다. 호텔 경험과 지식이 있는 사람이 있으면 찾아가 만나고 묻고 답을 얻어냈다. 감사하다며 수없이 인사를 해대는 어린 총지배인을 만나본 사람들은 그를 응원해주기 시작했고 김 총지배인은 그렇게 하나하나 호텔의 틀을 만들어갔다. 


한정적인 객실에서 낼 수 있는 매출은 뻔했다. 수익을 내기 위해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인력을 최소화하는 것이었다. 호텔 내에서 함께 고난을 짊어질 우군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는 멀쩡히 직장을 다니는 죽마고우를 찾아가 사표를 내게 하고 별로 많지도 않은 급여로 고생스러운 배에 올려 태우면서 객실팀을 맡겼다. 친구까지 끌어들였으니 이제 더 물러설 곳이 없었다.


소수의 직원과 한 팀이 되어 꼭 칭찬받는 호텔을 만들어내자는 다짐과 함께 진정한 호텔로의 변신을 시작했다. 인력을 최소화할 최적의 방법은 시스템의 정비였다. OTA 계약을 늘리고 채널매니저를 도입하고 앞으로 늘어날 다이렉트 부킹에 대비해 부킹엔진을 새롭게 장착하고 홈페이지를 정비한다. 기존의 호텔리어였다면 주저했을 시스템 도입에 대해서는 꽤나 과감하고 정확했다. 잘 활용하고 연계해 업무의 효율화를 꾀했다. 


그리고 총지배인은 자기자리로 결정한 작은 호텔의 문이 보이는 로비의 구석진 곳에 자세를 잡고는 호텔 소울하다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서비스 아이템인 ‘인사’를 하기 시작한다. 드나드는 모든 고객에게 달려가 문을 열어주고 가방을 대신 들어주며 작은 로비의 짧은 동선 사이에 고객과 이런저런 이야기로 인사를 했다. 그렇게 개관 후부터 지금까지 그들이 제일 잘 할 수 있는 기본인 ‘인사’에 충실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주변의 기업과 온라인 상에서 호텔 소울하다라는 꽤나 괜찮은 호텔이 있다고 알려지기 시작했다.


부티크 호텔이라는 명목 하에 디자인에 힘을 준 객실 인테리어는 고객에 따라 호불호가 나뉜다. 디자인과 객실의 구성은 차라리 일반적인 호텔의 단순함을 채택했어야 했다. 가구와 바닥재, 욕실의 구조는 지금도 일부 고객에게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요소다. 잘하려다보니 엉뚱한 곳에 힘을 쏟은 객실 구조로 결론이 났지만, 이런 호텔 소울하다의 핸디캡을 잘 아는 호텔 직원들은 청결과 친절함이 더욱 절실하다는 사실도 함께 깨달았다. 


호텔의 평판 중 높은 점수를 받는 상당 수가 모든 직원의 친절도와 청결이다. 무엇이 기본인지 스스로 생각하고 노력한 결과로 보인다. 잘 해보려는 의지가 반영된 공간도 존재했다. 다른 호텔에서는 찾기 힘든 잘 정돈된 루프톱과 투숙객의 식사장소로 충분한 지하층의 다이닝&바인 ‘더 소울(The Soul)’이 호텔을 찾은 고객에게 호텔 소울하다는 제대로 된 호텔임을 증명해주고 있다. 호텔 내 F&B 시설 운영이 부담스러워 임대에 초점을 맞춘 여타의 호텔과는 달리 직접 음식을 준비하고 호텔에 투숙한 고객에게 아침 식사가 가능하게 준비한다. 루프톱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을 뿐 강남의 높은 빌딩 사이의 작은 섬과 같은 공간이 존재한다는 걸 안다면 누구나 모임의 장소로 고려해 볼만한 곳이다. 


호텔 내 시설의 활용도가 아직 높지 않은 이유는 내부 정비와 외부 영업에 대한 체계가 아직 완성되지 못한 탓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하나하나 다듬어 가다 보면 강남 한복판에 제대로 된 작은 ‘Real Boutique Hotel’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본인도 몰랐던 놀라운 성적표. 변신의 좋은 모델 소울하다

호텔 개관 후 3년이 흘렀다. 여전히 주변 기업 대상의 영업과 ‘소울하다’라는 호텔 브랜드 홍보 측면에서는 미진한 부분이 있지만 아는 게 하나도 없으니 도와 달라며 뛰어다니던 젊은 초보 호텔리어의 성적표는 조금 놀랍다. 우선 고객층 변화는 확실히 성공시켰다. 모텔 시절에는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진 않던 외국인 투숙객의 비율이 높아졌고 외국인 투숙객의 투숙 목적도 비지니스가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한다. 호텔이 초기에 그렇게도 염원하던 마켓의 전환과 성장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2018년과 지금의 호텔 가동률이 95% 대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작은 호텔이라도 연간 가동률이 95% 대라면 강남뿐 아니라 서울 전체에서도 가장 높은 가동률이다. 하지만 정작 호텔의 당사자들은 그 높은 가동률에 놀라움을 표하는 필자를 보며 그저 머리만 긁적였을 뿐이다. 주변 호텔의 상황을 체크하며 경쟁해야 한다는 당연한 일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아직은 순수한 호텔 경영자의 모습이 느껴진다. 


도입부에 언급한 대로 강남역 주변은 호텔의 공급이 다른 지역에 비해 치열하지 않다. 지역의 호텔 사업성을 검토하다 보면 오래 전부터 모텔은 많으나 제대로 된 호텔이 없는 동네가 부지기수다. 호텔이 그 지역, 작게는 그 동네의 건축물로서 역할을 다하고 다양한 서비스의 공급자라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면 동네 사람들의 응원 속에서 성장할 수 있다. 굳이 수백억 원을 들인 대형 호텔이 아니어도 우리 동네를 찾는 누군가를 쉬게 해줄, 그 지역의 정서를 기반으로 한 작은 호텔의 출현은 앞으로의 여행소비 패턴에 매우 중요한 존재가 될 것이다. 그러한 호텔의 새로운 건설 이전에 이미 뿌리내린, 이제는 찾는 이 없고 낡아만 가고 있는 모텔들이 새로운 변신을 꽤 해 볼 때다. 호텔 소울하다는 그런 의미에서 상당한 가치를 지진 변신의 모범사례다. 그들의 성장은 주목해 봐야 할 즐거운 관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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