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숙박 리얼리티 1] 공감 예능의 시작, 숙박이 핵심이다
- 2018.06.18
- 에디터 : 김영학
꽃놀이패(2016), 효리네 민박(2017~2018), 달팽이 호텔(2018), 서울메이트(2017~현재), 하룻밤만 재워줘(2018) 등. 최근 예능은 숙박 리얼리티가 대세가 되고 있다. 이런 류의 예능을 보며 누군가는 여행을, 다른 누군가는 힐링을, 또 다른 누군가는 새로운 경험을 떠올리곤 한다.
아이유가 마당 청소를 하고, 박보검이 내 짐을 받아준다? 처음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신기함이었다. 하지만 연예인이 아닌 옆집 동생과 같은 친근한 이미지의 리얼한 모습은 신기함이 아닌 가식이나 꾸밈이 없는 진솔함으로 다가왔다. 바야흐로 숙박 예능 시대다.
2016년 SBS에서 ‘꽃놀이패’가 상영될 때만 하더라도 예능의 기준은 무조건 ‘재미’였다. 극과 극의 여행을 주제로 삼되, 그 속에 숙박이라는콘텐츠를 접목해 많은 인기를 모았지만, 핵심 포인트는 여전히 ‘웃음’이었다. ‘1박2일’과 유사하면서도 투표에 의해 꽃길과 흙길이 결정되고, 환승권을 통해 자신이나 타인을 다른 길로 인도할 수 있는 시스템은 멤버 간 치열한 두뇌싸움으로 이어져 시청자의 눈길을 잡았다.
멤버 간의 대결구도를 중심으로 한 기존의 버라이어티 예능구도는 2017년에 들어서면서부터 큰 전환점을 맞이하게된다. 다양한 환경의 사람들이 모여 스토리를 공유하고 새로운 경험을 통해 삶의 가치를 일깨우며, 방송을 통해 힐링을 느끼는 방향으로 급선회한 것이다.
이유는 분명했다. 삼시세끼(2014)와 같은 일상의 소소한 삶을 소재로 삼는 리얼리티 예능이 주를 이루자, 공유와 힐링을 주제로 한 예능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 흐름의 하나가 바로 숙박 예능이다. 숙박 예능은 박장대소해야 하는 기존의 예능 틀에서 벗어나 ‘사람이 지닌 이야기’에 주목했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기본이 되었던 의식주를 소재로 삼아 공감대를 만들고 대리만족하며 새로운 간접체험을 제공해 휴식의 중요성을 전달했다.
숙박의 즐거움은 다름의 이해에 있다
숙박 예능의 대표주자는 ‘효리네 민박’이다. 겉으로 보이는 이 프로그램의 포인트는 이효리와 이상순의 결혼생활을 TV에서 엿볼 수 있다는 호기심이지만, 심리적 핵심 포인트는 ‘삶’에 있었다.
‘효리네 민박’에서는 과거 TV에서 보던 화려한 이효리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어느 누구보다 편한 의상과 꾸밈없이 주고 받는 대화는 리얼리티다운 리얼리티를 담아냈다.
‘효리네 민박’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출발한다. 이 다름을 근간으로 소통과 공감을 발전시키는 구도는 일반인의 등장만으로도 충분히 인기를 끄는 예능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줄 수 있는 힘이었다. 나 자신 혹은 이웃이나 친구가 될 수도 있었을 일반인이 풀어놓는 과거, 현재 그리고 고민과 꿈에 대한 이야기는 소비자의 가슴을 통관했다.
제작진은 자칫 이효리 · 이상순 부부에만 쏠릴 수 있을 법한 구도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존의 기획과 섭외 과정을 거쳐 출연자를 결정하고 대본을 작성하는 방식과는 달리 출연자를 먼저 섭외하고 그에 따라 프로그램 구성을 확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성별, 연령, 직업, 환경 등 모든 것이 다른 사람들이 부부와 함께 짧은 기간 한 장소에 거주하며 진행되는 소통의 과정은 시청자에게 진정성을 전달하는 즐거움으로 자리잡았다.
잘 쉬어야 잘 산다
‘달팽이 호텔’은 ‘효리네 민박’과는 다른 소통 구조를 만들었다. 시골 산골짜기의 자그마한 호텔을 방문하는 셀럽과 힐링의 조화는 ‘잘 쉬어야 잘 산다’는 콘셉트를 고스란히 담았다. 스튜디오를 벗어나 호텔이라는 장소에서 셀럽을 만족시키기 위해 지배인인 이경규와 직원인 성시경, 김민정이 회의를 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새로운 공감대를 이끌었다.
‘달팽이 호텔’의 가장 큰 차별화 포인트는 고객에 대한 접근 방식에 있다. ‘효리네 민박’이 호스트인 부부가 다양한 고객을 위해 허물없는 대화를 이끌어내는 구조를 그리고 있다면, ‘달팽이 호텔’은 단 한 명의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지배인과 직원이 물심양면 논의하고 깊숙한 이야기를 이끌어 내려는 노력의 모습을 담아냈다.
‘서울메이트’는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을 응대하는 연예인의 모습을 담았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연예인이 실제 거주하는 집을 화면에서 볼 수 있다는 즐거움과 전혀 다른 환경에서 생활하는 외국인이 과연 한국을 여행하면서 호스트와 어떻게 소통하는 지에 대한 호기심은 ‘효리네 민박’, ‘달팽이 호텔’과 차별화 요소이기도 하다. 외국인 숙박객이 원하는 여행지, 음식, 취미, 성격에 맞게 목적지를 고민하는 호스트의 모습은 ‘서울 메이트’의 또 다른 포인트이기도 하다.
예능, 숙박을 소통과 균형의 공간으로 만들다
이들 숙박 예능이 붐을 일으키는 원인은 연예인이라는 요소를 걷어내면 더 자세하게 드러난다. 지금은 정보화 시대다. 이는 세상이 하나의 거대한 집단화가 되어가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어느 순간, 모든 정보가 DB화되며 숫자로 가득해진 순간부터 인간은 대화보다는 정보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대화는 너와 나, 혹은 나와 소수를 잇는 연결고리였던 반면, 정보는 더 큰 집단과의 연결고리가 됐고 효율 극대화 측면에서 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밖에 없었다.
소통이 낯설어진 시기에 민박이라는 특정의 한 공간에 사연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연예인의 삶을 엿보기보다 자신의 삶을 털어놓는 모습이나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따뜻한 음식을 내놓는 과정은 ‘일상(직장생활)’이라는 한 편의 삶과 ‘정신적 안정’이라는 다른 한 편의 삶에 균형을 맞추기에 충분했다.
이들 숙박 예능이 여행자를 포함한 일반인, 나아가 숙박업계에 던져주는 시사점은 생각보다 크다.
SNS 등장 이후 수년간 지속됐던 ‘셀카의 시대’에서 ‘공간에 머무는 시대’, ‘소통으로 새로움을 느끼는 시대’로의 변화 가능성을 보여줬다. 또 여행을 일상에서의 탈피가 아닌 일부로 만들었다.
‘달팽이 호텔’에 셀럽으로 출연한 국악인 송소희는 여행을 떠나는 이유로 “일면식도 없는 제 3자로부터 위로를 받은 경우가 많아서”라고 답한다.
홀로 떠난 군산 여행에서 마주친 처음 뵀던 할아버지로부터 “고민이 많아 보인다. 그냥 순리대로 살아라”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100% 공감해 주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지사. 하지만 송소희는 “여행이야말로 그 작은 부분(공감)을 누군가로부터 채울 수 있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아 공감을 이끌어 냈다. 송소희의 말은 숙박 예능의 핵심을 찔렀다. 그리고 그 핵심은 일상에서 탐닉하지 못한 다양한 자연환경 등의 볼거리, 먹거리 등과 조화를 이루며 그 맛을 더해간다.
‘효리네 민박’에 참여하는 일반인들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호스트에 대한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서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제주도 여행만을 목적으로 삼지도 않았다.
누구는 바이크 여행을, 다른 누구는 친구를 찾아서, 다른 누구는 탐사를 위해 민박을 찾았다. 숙소가 잠만 자는 곳이 아닌 정보와 감정을 나누고 새로운 만남을 통해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는 과정. 어쩌면 소확행(小確幸)이 의미하는 본질이 아닐까?
사진(순서대로)
효리네 민박2 (자료: JTBC)
달팽이 호텔 (자료: Olive)
달팽이 호텔의 지배인 이경규와 직원 성시경, 김민정 (자료: Olive)
서울 메이트 (자료: O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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