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부티크 호텔 ①] 더 심오한 고민과 철학의 흔적을 담아내야
알고 있는 그곳이 ‘부티크 호텔’이 아닐 수 있다
- 2018.10.10
- 에디터 : 김영학
부티크 호텔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블레이크스 호텔은 외관은 유지하고 내부는 동서양이 융합된 스타일로 리모델링했다. (자료: Design Hotels™(www.designhotels.com))
중소형 호텔이 크게 증가하면서 차별화를 위해 부티크 호텔의 개념을 도입한 업소의 수도 늘고 있는 추세다. 각자 나름의 독특한 디자인으로 리모델링하면서 ‘부티크 호텔’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바와는 다르게 부티크 호텔은 심오한 철학을 담고 있다.
숙박시설은 본연의 기능을 넘어 문화적 체험 공간, 사교와 교류의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는 흐름에 편승해 고객의 요구에 맞게 규모, 유형, 운영방식 등이 다양화되고 있는 추세다. 특히 특급 호텔 등 대규모 호텔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차별화된 디자인과 볼거리를 제공하는 소규모의 부티크 호텔(Boutique Hotel)이 기존의 관광자원과 더불어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부상하고 있다.
물론 현재는 기존의 모텔, 여관 등이 중저가 호텔로 빠르게 리모델링하고 있는 추세에 있지만, 그 중저가 호텔 중에서도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부티크 호텔로 전환하는 사례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1920년대 건물을 리모델링한 미국 버지니아 주의 웨스턴 프런트 호텔(Western Front Hotel)은 직접 기른 농장물을 식탁에 올리는 팜투테이블(Farm to Table)을 추구하고 있으며 애팔래치아 지역 스타일의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자료: 웨스턴 프런트 호텔)
과연 부티크 호텔은 무엇일까?
부티크 호텔이란 정의에 대해 한국에서는 그 기준이 모호한 측면이 있다. 혹자는 객실 수를, 다른 이는 인테리어를, 또 다른 이는 서비스를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해외에서는 ‘스타일리시한 소규모 호텔’(옥스포드 사전) 또는 ‘100실 이하의 객실수를 보유한 소규모 호텔로 소수의 고객에 섬세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건축이나 디자인적으로 개성이 뚜렷한 호텔’(호텔 컨설팅 기업 HVS)이라고 정의 내리기도 한다.
부티크 호텔의 기원은 198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1년 런런 사우스 켄싱턴에 문을 연 블레이크스 호텔(Blakes Hotel), 샌프란시스코의 유니언 스퀘어의 베드포드(Bedford) 등이 그 시초로 꼽힌다. 특히 유명 디자이너인 아누스카 헴펠(Anouska Hempel)이 디자인한 블레이크스 호텔은 빅토리아 양식의 타운 하우스를 외관은 살리고 내부는 동서양의 클래식한 디자인을 적절히 조화시켜 리모델링했다.
그리고 부티크 호텔의 확산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사람은 이안 슈레거(Ian Schrager)로, 그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앙드레 퓌망(Andree Putman)에게 모건스 호텔(Morgans Hotel)의 디자인을 맡겼다. 뉴욕 머레이 힐에 개관한 모건스 호텔은 부티크 호텔을 대도시 중심으로 확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후 모두가 알다시피 부티크 호텔은 도시 곳곳에서 나름의 독특함을 추구하며 호텔의 새로운 미래상을 제시해왔다. 그 열풍은 한국에서도 불고 있다. 곳곳에 ‘부티크 호텔’임을 강조하는 중소형 호텔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곳이 과연 정말 ‘부티크 호텔’이냐고 묻는다면, ‘물론 그렇다’라는 답변을 시원하게 하지는 못하겠다. 국내에서 부티크 호텔이라 명명되고 있는 대부분의 호텔은 디자인적 차별점 외에는 부티크 호텔이라 부를 이유를 찾기가 어려워서다.
다양하게 발전한 부티크 호텔
그렇다면 어떤 호텔을 부티크 호텔이라 불러야 할까? 이러한 논란은 아직도 합의된 부티크 호텔의 정의가 도출되지 않아서일 것이다. 매우 다양한 유형의 호텔을 부티크 호텔이라 부르지만, 공통적으로 지리적 조건, 호텔 철학, 인테리어, 서비스 품질, 마케팅 등의 기본 사항에 근거해 판단해볼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현재의 부티크 호텔은 도시형, 지역 및 고객 맞춤형으로 구분해 발전되고 있다.
부티크 호텔이 지녀야 할 지리적 조건은 편의성, 해당 지역에서만 도출되는 가치와 유행에 의해 결정된다.
뉴욕, 런던, 샌프란시스코 등과 같은 저명한 도시에는 이른바 도시형 부티크 호텔이 자리하고 있다. 특급 호텔의 틈바구니 속에서 도시형 부티크 호텔은 역사적인 요소를 예술과 융합해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한다.
도시형 부티크 호텔의 본질은 도심 속에서의 가치 발견에 있다. 그 중 하나가 엔터테인먼트다.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는 호텔을 활기차고 세련되며 트렌디한 사고방식을 구현하는 장소로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도시에 위치한 유명 부티크 호텔은 이를 위해 라이브 음악이나 공연뿐 아니라 힙합적 요소를 결합하고 라운지 바에 시각적으로 화려한 장식을 적용하기도 한다.
2018년 6월에 오픈한 보스톤의 부티크 호텔인 스튜디오 올스톤(Studio Allstone)은 11개 객실을 갖추고 있다. 각 객실마다 다른 주제의 예술품으로 인테리어 되어 있는 이 호텔이 아트 호텔이 아닌 부티크 호텔로 불리는 이유는 예술을 단순히 벽에 거는 것이 아닌 예술 자체가 벽이 된다는 철학을 디자인에 담아내서다. 스튜디오 올스톤은 1층의 예술품 전시와 객실의 예술화를 통해 지역 예술가를 지원하고 있다. 올스톤은 1960년대에 지어진 빈티지 건축물을 리모델링한 것이다. (자료: 스튜디오 올스톤)
지역사회의 개성을 잃지 않고 모더니즘의 편안함과 고급스러움을 건축에 결합시킨 지역 맞춤형 부티크 호텔은 도시형보다 개성이 뛰어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도시에서 경험하지 못한 이국적인 시설과 서비스가 주는 가치는 경쟁우위로 자리잡아 고객에게 색다른 경험을 준다.
일례로 미국 애디론댁 산맥(Adirondack Mountains)에 자리하고 있는 ‘더 포인트(The Point)’는 스탠다드 오일 컴퍼니(Standard Oil Company)를 설립한 윌리엄 에이브리 록펠러(William Avery Rockefeller)의 북부 휴양 별장이었다. 뉴욕시 북부에 위치한 록펠러와 그의 가족들이 즐겨 찾았던 이 별장은 로리(Laurie)와 피에르 라페리(Pierre Lapeyre)가 매입해 부티크 호텔로 리모델링했다.
더 포인트의 객실은 나무로 된 벽, 벽난로, 큰 창문, 복고풍의 욕실 등으로 인테리어 되어 있다. 인테리어는 오래 전 산속 별장을 연상하지만, 객실은 아이팟(iPod) 등을 활용한 사운드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하지만 TV와 와이파이가 없어 자연에서의 삶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처럼 부티크 호텔은 화려하고 세련된 가구나 인테리어를 갖춘 소규모 호텔이 아닌 더욱 심오한 철학을 담고 있다. 이미 지역의 특성에 맞게 다양화됐지만, 세계적으로 인정 받고 있는 부티크 호텔은 나름의 콘셉트를 유지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만약 진정한 부티크 호텔을 만들고 싶다면, 숙박업 경영자로서 지닌 철학이 무엇인지를 되돌아보고, 호텔을 세우려는 지역의 특색과 고객의 유형을 분석해 가치 있는 호텔을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덴버 북쪽의 리노(Rino) 지역에 문을 연 50객실 3층 규모의 램블 호텔(Ramble Hotel)은 칵테일이 특화된 Death & Co 로비 바와 객실 음료 서비스 프로그램, 카페 커피와 식사 서비스, 예약 전용 바와 레스토랑 뜰 안의 음식 및 음료 프로그램 등을 경험할 수 있다. 17세기 프랑스 살롱에서 착안한 이 호텔은 아이디어 교환을 위한 플랫폼으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지역 활성화를 위해 모든 공간에서 대화, 참여, 상호작용을 촉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자료: 램블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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