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똥별
-이문재-
그대를 놓친 저녁이
저녁 위로 포개지고 있었다
그대를 빼앗긴 시간이
시간 위로 엎어지고 있었다
그대를 잃어버린 노을이
노을 위로 무너지고 있었다
그대를 놓친 내가
나를 놓고 있었다
오른손에 칼을 쥐고
부욱-
자기 가슴팍을 긋듯이
서쪽 하늘
가늘고 긴 푸른 별똥별 하나
-
낸들 알았겠는가
그저 그런 일상 걸어만 가던 가슴을 뛰게 할 줄을
소나기였으면 어떠리
그러다 장마도 오는 법
행복하라는 말 한 바가지 퍼부은 이여
그 고운 말로 머무는 자의 서글픔을 덜어낼 수는 없다.
지아비 보내고 굴뚝에 기대어 울던 장삿날처럼
하늘만 하염없이 퍼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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