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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익명등록일2016.07.19 04:08:02조회4,412

	

​눈 멀어 가는 강아지가 있었다.


​백내장에 걸려 차츰 시력을 잃더니


다니던 길에서도 이리저리 부딪히곤 했다.



그 개와 내가 친해진 것은


오로지 주인과 나만이 그가 접할 수 있는 생명체의 전부같아서 였을지 모른다.


파리 모기 빼고는.



대부분을 제집에 들어가 가만히 누워있는 녀석에게


종종 나는 귀찮은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시각은 죽었어도 후각과 청각은 살아있는 녀석에게


감히 나는 살금살금 다가가 가느다랗고 긴 풀줄기를 이용해 코끝을 간지럽혔었다.


내가 오는 줄 알면서도 모르는 채 가만히 있던 녀석은 고개를 처들고는


몰랐는데 또 너냔 듯이 앞발로 풀줄기를 밀어내곤 본연의 자세로 꼼짝 않기도 했다.


또 어느 날은 쪼르르 달려나와 내 이놈의 풀줄기를 몽땅 없애버리겠다는 듯


물고 빠지곤 했었다. 그런 날은 컨디션 좋은 날이다. 


그러나 어떤 날엔 새침하게 밥그릇으로 달려가 물을 마시곤 저만치 피해 있기도 했다.


​날 좀 내버려 두란 듯이.



그런데 내가 녀석에게 꼭 귀찮은 존재였던 건 아닌 것은


천둥치는 날 알 수 있었다.


내 집과 걔네 집은 저만치 거리를 두고 있었는데


녀석은 걸죽하게 대포라도 한 잔 한 주당처럼 갈지자로 내 집을 찾아와서는


​문 안에 내가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발가락으로 현관문을 박박 긁어댄다.


그 소리가 어찌나 요란한지 처음엔 깜짝 놀라기도 했었다.


갑자기 날이 어두워지며 천둥치는 날 현관문이 박박 긁히는 소리란...



강아지를 좋아하면서도 그런 날 녀석의 모습은 참으로 형편없었다.


천둥소리에 놀라 축 처진 꼬리며


비에 젖어 풀 솔같이 가라앉은 털에 노년의 각선미가 여실히 드러난 모습은 


내가 선호하는 통통한 강아지의 이뻐 죽겠는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그간 날 문전박대하던 새침함도 없고


'내 마음속의 강아지로 넌 아니다'란 생각을 절로 들게 했었다.​


더구나 제집 안방인 양 방으로 뛰어와 발도장까지 찍으려 한다.


녀석을 얼릉 제지하고는 수건을 챙겨 녀석의 몸을 닦아준다.


예상은 했지만 안돼라고 말할 겨를도 없이 녀석이 온몸을 파르르 튕겨 빗물을 토해낼 때면


마치 고슴도치의 빳빳한 가시가 사방으로 뻗친 듯 내 몸은 움찔해진다.


'​절루 가~!' 그리고는 얼릉 신문을 챙겨


부엌 바닥에 신문을 깔고 녀석을 번쩍 들어 고이 모셔 둔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왔다갔다 하는 사이가 되었다.


​가끔은 부실한 이에 병환으로 밥상을 물리는 녀석에게 죽 쑤듯 물말은 개밥을 짖이겨 넣어주면서



​그런 녀석이 몇 해 전 운명하셨다.


이사를 이유로 녀석을 떠나던 날 '잘 지내'라던 내 목소리와


녀석을 쓰다듬던 내 손길을 통해서도 녀석은 그게 녀석과 나의 마지막이 될 줄 몰랐을 게다. 



​서로의 공간에서 적당히 거리를 두고


적당히 빈 자리를 채웠었음을


녀석은 알았을까?


녀석 이전에도 이미 내게 꼭 녀석같은 녀석이 있었다는 걸.


​그래서 녀석과 나 사이엔 일정한 거리가 있었음을.



같은 시간 가까운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만나 


또는 어쩔 수 없는 이유로 맺어지고 끊어지는 연이


끊어져서도 또 어딘가 다른 자리에서 불현듯 이어진다고 느낄 때


비우며 산다고 하면서도 또 하나 더 채우며 사는 것이 삶이구나 하면서도


마음에 비가 오고 천둥이 치는 날이면


그 비 사이를 그 천둥 사이를 눈 딱 감고 헤집어 오던 녀석처럼


잃어버린 그리움이 몸서리치며 하나씩 하나씩 찾아들곤 한다는 것을.   



- 꿈에서 깨어 기억도 나지 않는 허망한 감정에 사무쳐 글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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