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에서 상비약을 투숙객에게 제공하는 행위

등록일 : 2012/09/04

모텔에서 상비약을 투숙객에게 제공하는 행위

 

모텔 업주입니다. 모텔을 운영하면서 소화제, 감기약, 두통약, 지사제, 아스피린, 해열제 등 각종 비상약을 미리 구비하여 투숙객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데, 이게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지요? 얼마 전 한 여자 손님이 머리가 아프다고 해서 두통약을 드렸는데, 한참 후에 배가 더 아프다고 난리를 치더니 무슨 약을 준거냐고 경찰서에 신고했고, 지금 고소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이런 경우 모텔 주인에게 책임이 있나요?

 

 

[건방진도사]

이건 뭐 그냥 말도 안 되는 소리죠. 그래도 본 코너가 법률상담이 주제이니까 한번 법적인 관점에 초점을 맞춰 보겠습니다. 모텔에서 방을 팔고 돈을 받는 건 법률적으로 일시 사용을 위한 임대차계약이라고 합니다. 호텔업주와 손님간에 맺은 임대차계약의 주 성격은 업주가 모텔 객실을 손님에게 제공하고 손님은 그 방값을 지불한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므로 호텔업주가 손님에게 상비약을 제공하는 것은 위 계약상의 의무가 아니고 호의로 제공했다고 볼 수 있어요. 만일 위에 질문내용과 같은 상황이라면 예를 들어 약국에서 약을 구입해 먹고 이상이 생겨 약사를 고소한다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주장인데, 이건 다분히 자의적인 주장이죠. 형사적으로 의약품을 판매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호텔업주가 약사법위반이 될 수 없습니다. 또한, 민사적으로도 호텔업주가 의약품을 임의로 조제하지 않은 이상 의약품에 이상이 있다면 제약사가 책임질 일이지 호텔업주가 책임질 일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모텔팍도사]

 위의 호텔업주님은 투숙객이 머리가 아프다고 하여 호의로 두통약을 준 것뿐인데, 고소하겠다고 하니 난감한 상황이실 것 같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고소는 법적으로 의미 있는지와 관련 없이 누구든 일단 할 수 있는 것이고 많은 경우 단순 헤프닝으로 끝난답니다. 바로 위 사건이 그러한 좋은 예가 될 듯합니다.

 

약이 가짜이거나 부적절한 약, 또는 증상에 대하여 잘못되니 약을 준 것이 아니라면 모텔에서의 상비약 구비는 범죄도 아니고, 민사적으로 손해배상 책임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실제 그러한 것에 대한 형사상 구성요건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모텔에서의 일반적인 상비약 구비는 손님들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 오히려 바람직하며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습니다.  경찰에서도 상대방을 설득해서 그냥 돌려보낼 가능성이 높고, 설사 조사를 받으시더라도 서비스 차원에서 상비약을 구비하였고, 머리 아픈 증상에 일반적으로 줄 수 있는 약을 주었음을 소명하면 아무 일 없을 것입니다.  

 

다만 의약품의 보관 및 제공행위와 관련해서 문제가 될 수 있어 검토가 필요합니다. 먼저 약사법 규정입니다.
 
44(의약품 판매) ① 약국 개설자(해당 약국에 근무하는 약사 또는 한약사를 포함한다. 47, 48조 및 제50조에서도 같다)가 아니면 의약품을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취득할 수 없다. 다만, 의약품의 품목허가를 받은 자 또는 수입자가 그 제조 또는 수입한 의약품을 이 법에 따라 의약품을 제조 또는 판매할 수 있는 자에게 판매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밑줄 친 부분은 기본적으로 의약품의 판매 등은 약사 또는 한약사등 일정 자격을 갖춘 자 만이 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여기서 판매의 의미를 보면 제2(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습니다.


1. “
약사(藥事)”란 의약품·의약외품의 제조·조제·감정(감정보관·수입·판매[수여(수여)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와 그 밖의 약학 기술에 관련된 사항을 말한다.

 

이에 따르면 판매는 수여의 의미를 포함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수여 즉 경제적 대가를 받는 등 영리 목적이 없더라도 약사 면허 없이 의약품을 제공하거나 제공하기 위해 취득하는 경우 불법이라는 말이 됩니다그에 따른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법적인 해석일 뿐, 개인적으로도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을 건네준 행위가 문제가 될 것인지 의문이 들었는데 관련부서인 보건복지부의 담당관과 식약청 상담센터에 문의해 본 결과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처방전이 필요하지 않은 약이라도 변질이나 복용방법에 따라 얼마든지 위험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의약품 취급과 관련하여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게 하기 위해서 관련 규정을 엄격하게 둔 것이 사실입니다. 쉽게 이해하자면 "약은 약사에게" 라는 것이지요.
 
다만 현실적으로 진통제 한 통 사서 보관하고 있다가 아프단 친구한테 한 알 준 것이 불법인가라고 한다면 상식적으로는 납득이 어렵기도 합니다최근에는 미국처럼 처방전이 필요 없는 약을 슈퍼마켓 등지에서 판매를 허용하도록 하는 방안이 계속 논란이 되고 있기도 합니다. 업주님의 경우 단순 상비약을 제공한 정도이니만큼 현실적으로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입니다. 현실에서 그러한 일은 비일비재하기도 하구요.
힘 내시고 침착히 대처하시면 아무런 일도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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