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꽃 핀 마을

익명 | 2016/09/02 | 조회수3406| 신고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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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 같다


만나는 사람마다 등이라도 치고지고,


뉘집을 들어서면은 반겨 아니 맞으리.


 


바람없는 밤을 꽃 그늘에 달이 오면


술 익는 초당(草堂)마다 정이 더욱 익으리니


나그네 저무는 날에도 마음 아니 바빠라.


 


-


 


한번쯤 보아 익히 잘 알 만한 시조다.


시가 아니라 시조임에도 마치 시 같고 그림을 보는 것 같다.


시조시인 이호우는 이병기의 추천으로 문단에 나왔다.


"​​바람도 없는 고요한 밤, 꽃이 피어 있는 그늘에 달빛이 비추면~"


살구꽃의 화사하고 따뜻한 배경과 주인장의 인정이 잘 어우러진다.


불과 몇십 년 전만해도 우리네 정서가 저러했는데


이제는 제 식구같은 직원 뽑겠다기에 먼 길 찾은 이에게조차


커피 한 잔은커녕 물 한 잔 내어줄 줄 모른다.


아직 사람도 달도 그대로이건만 초당도 살구꽃도 흔치 않은 시대에 사노라니


인정이란 그저 다 흘러간 옛 이야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