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베테랑 당번이다.
기존의 가게를 때려 치우고 새로운 호텔에 입사했다
맞교대하는 당번과 인사를 나누었다.
그는 교대할때 항상 표정이 뾰루퉁하다.
나보다 2~3살정도 어린 그 당번은 어느날인가부터 내게 지적질을 시작했다.
"로비 바닥닦을때 걸레를 꾹 짜서 닦으세요"
"네~^^" 기분좋게 응수했다.
다음 교대날
"아..좀 걸레질할때 구석과 쇼파밑에도 좀 닦아요"
역시나 "네~^^" 기분좋게 응수했다.
그 다음 교대날, 또 그 다음 교대날도 그는 내게 계속 지적질을 해댔다. 참고 또 참던 나는 그에게 물었다.
"과장님은 왜 자꾸 저에게 지시를 하는거죠. 둘다 맞교대하는 과장인데?"
그는 대답했다.
"제가 먼저 왔으니 선임이니까요"
"저보다 얼마나 먼저 왔나요?"
"2주요"
기가막혔다. 고작 2주먼저온 녀석이 베테랑인 나를 지시하려들다니.
다음날부터 나는 나의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가 처리하지 못하는 객실의 문제들을 하나씩 처리하며 결과보고는 항상 지배인과 셋이 같이 있을때 보고를 했다.
"과장님 어제 205호, PC A/S부르신거 제가 해결했어요PC가 고장난게 아니라 부팅순서가 잘못된거예요 노하드PC는 부팅순서에서 하드디스크 드라이브가아닌 네트워크 우선이 되도록 설정해주셔야해요. 기가바이트, msi등 기종에 따라 바이오스 진입방법과 세팅방법이 다른데..할줄 아시죠?"
"아니요"
"과장님 어제 502호 변기 막혔다고 업자불러야 된다고한거 제가 해결했어요. 변기 뜯어서 보니 왕갈빗대가 들어가서 막혀 있더라고요. 변기 뜯을줄 아시죠?"
"아니요"
"과장님 어제 307호 에어컨 물샌다고 한거 제가 해결했어요 에어컨내의 먼지가 물배출하는곳을 막아서 제가 호스대고 입으로 불어서 해결했어요. 해보셨죠?"
"아니요"
그렇다. 그는 이 호텔에 나보다 2주 먼저온 선임이다.
그러나 나는 이 업계에서 그 선임보다 훨씬 오랜세월을 몸담아온 베테랑 경력자이다.
결국 나보다 2주 먼저온 그 선임은 어느날 아침 말없이 호텔을 떠났다. 그만두겠다는 말 한마디 남기지 않은채 홀연히 사라졌다.
자존심이 구길대로 구겨진, 다마스를 타고 다니던 그 선임은 잘 살고 있을까?
그가 그리워지는 밤이다.